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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감사합니다

 

본문: 시편 105:1-6

설교: 홍정호 목사 (2017.9.24. 가을철 야외예배)

 

[너희는 주님께 감사하면서, 그의 이름을 불러라. 그가 하신 일을 만민에게 알려라. 그에게 노래하면서, 그를 찬양하면서,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전하여라. 그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양하여라. 주님을 찾는 이들은 기뻐하여라. 주님을 찾고, 그의 능력을 힘써 사모하고, 언제나 그의 얼굴을 찾아 예배하여라. 주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을 기억하여라. 그 이적을 기억하고, 내리신 판단을 생각하여라. 그의 종, 아브라함의 자손아, 그가 택하신 야곱의 자손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가을철 야외예배일입니다. 온 교우들이 모처럼 밖에 나와서 예배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어 감사합니다. 매주일 야외예배만 같으면 교회 나올 이 나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 특히 우리 남선교회원들께서 오늘 야외예배를 계획하고 준비하시는 내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꼭 주일이 아니더라도 이런 야외모임을 자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야외예배라고 하니 평소보다 설교 부담이 적어 좋습니다. 오늘만큼은 여러분이 제 설교보다는 저 밖에서 구워지고 있는 바베큐를 기다리고 계실 테니 말입니다.

 

오늘 본문의 시인은 주님께 감사하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가 하신 일을 만민에게 알리라고 말합니다. 그분에게 노래하면서, 그분이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전하라고 말합니다. 그 놀라운 일이란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떠돌이 부랑민에 불과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해 주신 일입니다. 시인은 우리에게 이 일을 행하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이름을 높이 부르라고 말합니다. 이스엘을 구원하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당신의 백성을 건지신 하나님, 그리고 당신의 백성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할 때 예언자들을 보내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신 하나님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아브라함의 자손아, 그가 택하신 야곱의 자손아, 주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기억은 감사의 조건입니다. 감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억해야 합니다. 철학자 김영민 선생이 한 말인데, 제가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입니다. “멍청한 제자는 망은하고, 영리한 제자는 배은한다. 망은하고 배은하는 제자 사이에서 늙어가는 것이 세속의 스승들의 숙명이다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스승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제자입니다. 매번 스승이기만 자도 없고, 매번 제자이기만 사람도 없습니다. 부모-자식 관계에서, -후배 동료 관계에서, 직장 관계에서 우리는 스승이 되기도 하고 제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멍청한 제자는 은혜를 잊어버립니다. 오늘의 자기가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교만해지곤 합니다. 반면에 영리한 제자는 종종 은혜를 배반합니다. 저도 학교에서 학생들 점수를 주는데, 매번 경험하는 바입니다만, A+학점을 준 학생들, 제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던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저에 대한 강의평가는 대체로 박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하고 지적을 해 주어서 발전에 도움이 되긴 합니다만, 마음은 씁쓸합니다. 아마 인생에서도 그렇지 않겠는가, 제가 아직 젊어서 경험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아마 그럴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은혜를 모르는 자와 은혜를 잊어버리는 자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세상에서 일정 부분 스승의 역할을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 이들의 숙명입니다.

 

예수님을 우리의 스승이요 구세주로 고백하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그분을 통해 받은바 은혜를 잊어버리고 사는 제자입니까, 배반하며 사는 제자입니까? 아니면, 이 양 극단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주님의 제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자입니까?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으려면, 우리는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떠돌이에 불과했던 히브리민족을 당신의 언약 백성으로 삼으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그래서 내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개인이나 집단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사해야 합니다. 기억한다고 곧장 감사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기억하고, 섭섭함이 더해지거나,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이렇게 좀 해 주시지하는 마음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주님께 감사하라!’고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히브리 민족에게도 원망이 많았을 겁니다. 승패가 엇갈린 싸움에서 희생당한 이들도 많았을 테고, 두려움과 불안에 내쫓기며 살아온 세월동안 야훼 하나님이 어디에 계신지 회의에 찬 질문을 던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기억하고 감사하라고 말합니다. 기억하고 원망하라가 아니고, 감사하라,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이렇게 야외예배를 나오니, 신반포교회의 옛날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르시리라 생각합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시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나누시고, 친교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을 있는 그대로 감사드리고, 그리하여 우리를 또 약속의 내일로 이끄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새로 교회에 나오신 교우들에게도 여러분들의 기억과 감사를 함께 나누시면서, 더불어 풍성한 주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 주간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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