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주일설교

머물러 있어야 할 곳

 

본문: 시편 22:25-31; 요한복음 15:1-8

설교: 홍정호 목사 (2018.4.29. 부활절 제5, 봄철 야외예배)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내게 붙어 있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잘라버리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손질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말한 그 말로 말미암아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 있어라. 그리하면 나도 너희 안에 머물러 있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너희도 내 안에 머물러 있지 아니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다.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내가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지 아니하면, 그는 쓸모 없는 가지처럼 버림을 받아서 말라 버린다. 사람들이 그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서 태워 버린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물러 있으면, 너희가 무엇을 구하든지 다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어서 내 제자가 되면, 이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부활절 다섯 번째 주일이고, 일 년에 한 번 밖에 나와 예배드리는 봄철 야외예배일입니다. 박 권사님 덕분에 올해로 다섯 번째 신구식물원에 오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1.

 

야외예배를 간다고 하니, 교회학교 아이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소풍 가는 기분이었나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들은 일어난 일, 혹은 일어날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받아들이고 참여하는 데 있어 어른들의 선생님입니다. 이것 보세요. 저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도 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게 없죠.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기대하고, ‘참여하고, ‘기쁨을 누립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 진실한 믿음이란 이런 태도가 아닐까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에 기대를 갖고, 다가오는 현실에 참여하고, 거기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기쁨을 누리는 것, 그것이 진실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18:3) 하셨는데,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이 말씀이 오늘은 참 낯설고 새롭게 들립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저 말씀을 지금껏 흘려듣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요?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된다는 것, 그것은 다가오는 삶에 대한 개방성, 은총 안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상에 대한 무한한 개방인 동시에, 기대와 참여와 기쁨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소로 삶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런 이 참 어른스러운태도이긴 합니다만, 어른이 된 우리로서는 또 이렇게밖에는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된다는 말씀의 의미를 달리 받아들일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어린 아이처럼 지금 이 시간에, 이 시간이 복잡한 이 세계의 전부인 양 충실히 참여하고자 합니다. 가장 쉬운 것 같지만, 사실 제일 어려운 일입니다. 쉴 새 없이 바깥과 연결된 세계를 살아가는 동안 어른인 우리는 신성 안에 고요히 거()하는 지금을 향유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2.

 

예수님은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이시다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심으신 참 포도나무이시고, 우리는 그 나무와 한 몸인 가지가 되었습니다. 포도나무의 뿌리와 줄기로부터 수액과 양분을 받아먹으며 자라고 열매 맺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포도나무는 가지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가지 없는 나무가 없고, 가지만 있는 나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포도나무의 가지인 우리는,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한 몸을 이룰 때에만 살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15:5)고 말씀하신 것은 그 때문입니다. 가지가 나무의 줄기와 뿌리와 한 몸을 이루고 있을 때에만 그 가지에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힙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내게 붙어 있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잘라버리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손질하신다.”(15:2) 하셨습니다. 잘려나가는 가지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입니다. 줄기에서 뻗어난 가지라고 해서 모든 가지에 열매가 맺히는 건 아닙니다. 똑같은 나무의 뿌리와 줄기에 연결되어 있어도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가 있습니다. 농부가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나무를 아끼기 때문입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가 계속 붙어 있으면, 열매를 맺을 가지에도 열매를 맺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농부이신 하나님의 은혜로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한 몸이 되었지만, 그 사실에 안주한 채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는, 다른 가지가 열매를 맺도록 손질하신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 열매 맺고 있는 가지입니다. 이상하지요? 열매를 잘 맺고 있는데, 농부는 이 가지를 왜 잘라버리는 것일까요?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잔가지를 손질하십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잘 되고 있는 일이 어긋나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찾아와 내 수고와 보람의 결실들이 잘려 나갈 때도, 그때에도 우리는 선한 농부이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면 안 됩니다. ‘고통이라고 할 만한 일들을 인생에 허락하시는 이유는, 우리가 예수님과 더불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그렇게 하시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농부이신 하나님의 계획은 가지인 우리의 계획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열매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때에 따라 그 가지를 가차 없이 잘라버리시기도 하는 분입니다. 그분의 계획은 더 크시기 때문입니다.

 

3.

 

예수님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다.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내가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15:5)고 하셨습니다.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온전히 한 몸을 이룬 가지가 될 때, 그분으로부터 삶의 양분을 얻는 삶이 지속될 때 우리 삶에는 풍성한 결실이 맺히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어서 내 제자가 되면, 이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15:8) 하셨습니다. 예수님 안에 머물러 계십시오. 머물러 있을 뿐만 아니라,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통하여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에 눈 뜬 삶을 살아가십시오. 그럴 때 우리는 포도나무이신 주님과 더불어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한 주간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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