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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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이 일 때

 

본문: 시편 9:9-20; 마가복음 4:35-42

설교: 홍정호 목사 (2018.6.24. 성령강림 후 제5)

 

[그 날 저녁이 되었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 그래서 그들은 무리를 남겨 두고,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함께 따라갔다. 그런데 거센 바람이 일어나서,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오므로, 물이 배에 벌써 가득 찼다.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를 깨우며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고, 바다더러 고요하고, 잠잠하여라하고 말씀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고요해졌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왜들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그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서로 말하였다.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바다까지도 그에게 복종하는가?”]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성령강림 후 다섯 번째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 일행이 갈릴리 호수를 건너갈 때 일어난 일을 전합니다. 갈릴리 호수는 서쪽의 유대인 거주지역과 동쪽의 이방인 거주지역을 나누는 경계였습니다. 주님은 갈릴리 호수 서편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다가 저녁이 되었을 때 제자들에게 바다 저 쪽으로 건너가자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마가는, 예수님 일행이 무리를 남겨 두고, 예수님을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갔고, 다른 배들도 함께 따라갔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그때 거센 바람이 일어나,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와 물이 배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뱃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놀란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면서 말했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그러자 예수님은 일어나셔서 바람을 꾸짖으시고 풍랑을 잠잠하게 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왜들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오늘 본문의 내용입니다.

 

2.

 

복음서가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기적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기록된 문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기 때문에 여기에서 자세히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복음서 증언의 초점은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있다는 사실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복음서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기적을 전달하는 목적은, 그분께서 행하신 일로 인해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알리려는 데 있습니다. 복음서를 읽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기적을 흉내 내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매사에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믿음을 가지라는 세속적교훈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이정표로 제시합니다. 그 길은, 절망의 순간에도, 두려움이 몰려오는 인생의 풍랑을 만날 때에도, 예수님을 믿으며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참 제자의 길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제자들은 들뜬 마음으로 갈릴리 호수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성서가 전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제가 상상해 봤습니다. 갈릴리 호수를 건너기 전 서편 호숫가에서 제자들은 신이 났을 겁니다. 자기가 모시는 선생님에게 많은 이들이 모여 드니, 덩달아 신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제대로 된 분은 선생님으로 모셨군.’ 제자 중 어떤 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우쭐한 이도 있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예수님은 제자들을 확실히 차별대우 하셨습니다. 무리 앞에서는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며 말씀 해석의 폭을 매우 넓혀두셨지만, 예수님 주위에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는 따로 비유를 풀어 설명하시면서 해석의 폭을 좁혀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듣기에 따라 이렇게도 들을 수 있고 저렇게도 들을 수도 있는 말씀이었지만, 그분의 가까이에 있는 이들은 비유로 말씀하신 예수님의 참뜻이 어디에 있는지 보다 선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요? 남들이 다 우러러보는 사람이 나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대놓고 과시하기도 하고, 은근히 우쭐한 마음을 갖기고 합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만이 아닙니다. 돈과 권력은 없어도 남들이 존경하는 사람, 그런 사람 가까이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만족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 생각에, 예수님을 따라 갈릴리 호수를 건넌 이들은 예수님에게 이런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충성을 다한 이들이었던 것 같고, 그런 이들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마가는 예수님을 모신 배만이 아니라, “다른 배들도 함께 따라갔다고 전합니다.

 

3.

 

그런데 바다와 같은 호숫가 한가운데서 풍랑을 만나자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거센 바람이 일어나 파도가 들이치고 배다 뒤집힐 지경에 이르렀는데, 예수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가는 이 장면을 극적으로 대비해서 전합니다. “거센 바람이 일어나서,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오므로, 물이 배에 벌써 가득 찼다.” 그런 후 이러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과 대비되는 예수님의 모습을 전합니다.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이 대목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무언가 어색합니다. 신앙이 있는 독자의 상식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첫째, 예수님이 타고 계신 배에 풍랑이 일고 파도가 들이쳐 배가 뒤집힐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이 어색합니다. 예수님이 함께 계시면 이런 일이 아예 처음부터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둘째, 어찌어찌해서 풍랑이 일어났다 해도, 예수님이 태평하게 주무시고 계시는 장면 또한 어색합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갈릴리 저편으로 가자고 해서 나선 길인데, 당신을 믿고 따라 나선 이들이 다 죽게 될 마당에 주님 홀로 저렇게 주무시고 계신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습니다. , 그런데 마가는 바로 이러한 상식을 뒤엎는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풍랑은 예수님과 제자들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동행한다고 해서, 갈릴리 저편으로 복음을 따라 길을 건너는 과정에 있다고 해서, 거센 바람과 성난 파도가 우리를 비껴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복음서는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갈릴리 저편으로 건너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풍랑은 우리의 잘못 때문이 아닙니다. 예수님 당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인과론적인 사고를 상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율법을 충실히 따르고 거룩한 삶을 살면 하나님이 축복해 주시고, 율법을 거스르고 타락한 삶을 살면 하나님이 저주를 내리신다. 그러니, 당신이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죄 때문이다. 이것이 삶의 풍랑에 휩싸인 이들을 두 번 죽이는 죄인의 올무였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지금 풍랑은 예수님이 타고 계신 배에도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라고 해서 갑작스레 찾아오는 고난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선하신 예수님 일행이 겪는 풍랑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잘못과 무관합니다. 예수님과,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라고 해서 삶의 고난과 위기가 우리를 비켜가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삶에도 풍랑은 일어납니다.

 

둘째로,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배 뒤편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마치 안 계신 듯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예기치 못한 풍랑이 덮쳐 와도, 그리고 그때에 주님이 우리의 고통과 무관한 분처럼, 마치 안 계신 것처럼 생각이 될 때에도 주님을 믿고 제 갈 길을 가는 자가 참 신앙인입니다. 신자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에서 비켜선 이들이 아닙니다. 신자는 세상살이의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묵묵히 그분의 일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6:33) 무슨 일을 만나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자가 신자입니다.

 

일전에 가톨릭 평화방송에 나온 어느 신부님이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각색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독실한 신자가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을 지킨다고 열심히 기도했답니다. ‘하느님, 추운데 택시가 안 오는데 택시 좀 빨리 오게 해 주세요.’, ‘하느님, 엄마가 잔소리 좀 안 하게 해 주세요.’, ‘하느님, 지루한 설교가 좀 빨리 끝나게 해 주세요.’ 이렇게 매사에 기도하는데, 그 신부님 말씀이, 이런 사람은 신자가 아니라 환자랍니다. 우스갯소리입니다만, 뼈 있는 농담입니다. 신자는 그런 거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신자는, 예수님 말씀을 따라,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사람입니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일은 뒷전이고, ‘이 모든 것을 구하는 데 평생을 바치는 믿음은 잘못된 믿음입니다. 하나님이 보이시든 안 보이시든, 복음의 능력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든 안 펼쳐지든, 주님과 동행하며 믿음을 굳게 붙잡는 사람, 어떤 상황 속에서도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신앙의 우선순위를 실천하는 사람들, 그런 이가 참 신자요,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그릇이 된 사람입니다.

 

4.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 길 떠난 사람들 아닙니까? 매주일 예배 공동기도를 드리면서 우리는 우리의 길과 진리와 생명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하고 기도를 맺습니다. 예수님을 길과 진리와 생명이라고 고백하는 저와 여러분은, “바다 저 쪽으로 건너가자하는 예수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모시고 인생의 갈릴리 저편으로 건너가는 이들입니다. 그 길에 풍랑이 없겠습니까? 우리가 예수님을 모시고 인생의 갈릴리를 건넌다고 해서, 거센 바람에 배가 뒤집힐 만한 위기가 없겠습니까? 그때에 복음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왜들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변화된 삶으로 부르고 계십니다. 믿음을 택한다는 것은, 예수님을 따라 인생의 갈릴리 저편으로 건너는 삶을 택하는 것입니다. 예수를 따라 건너가기로 결정했다면, 이제는 굳건한 믿음 위에 서십시오. 풍랑을 넘어 주님과 함께 도달해야 할 저곳을 바라보십시오. 그럴 때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일상이 귀한 선물이자 축복의 자리로 변할 줄 믿습니다. 한 주간도 이 믿음 가지고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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