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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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가랴 예언

 

본문: 누가복음 1:67-80; 빌립보서 3:13-15

설교: 이계준 목사 (2018. 12. 16. 대림절 제3주)

           

1.

 

지난주까지 우리는 두 가지 대림절 곧 두 메시아의 오심을 고대하는 전무후무한 축제의 혼란 속에 나날을 지냈습니다. 하나는 우리 교회가 해마다 지키는 그리스도의 대림절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메시아 김정은을 기다리는 대림절입니다. 첫째 대림절이 하느님께서 예언자를 통해 주신 확실한 약속이라면 둘째 대림절은 인간의 우상화에서 비롯된 일종의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의 대림절은 여전히 유효하고 김정은의 대림절은 아침 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오늘의 본문인 누가복음에 기록된 사가랴의 예언은 대림절의 의미와 기다리는 자세를 아주 명쾌하게 적시하는 동시에 우리가 오늘 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가랴는 아비야 조에 속한 제사장으로 아내 엘리자벳과 함께 하느님의 모든 계명을 잘 지키는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자녀가 없었는데 천사 가부리엘이 요한이라는 빼어난 아들을 낳게 된다는 하느님의 전갈을 전했으나 의심하자 애가 태어날 때까지 그를 벙어리가 되게 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태어나자 입이 열린 사가랴는 성령에 충만하여 예언하게 됩니다. 그의 예언을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 데 첫째는 과거 역사에 관한 것으로서 하느님께서 다윗의 가문을 통해 이스라엘의 구원자를 일으켜서 자기 민족을 원수로부터 구해주셨다는 것이고 (1:67-71) 둘째는 현재 삶에 관한 것으로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맹세하신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실 뿐만 아니라 평생 주님을 섬기며 거룩하고 의롭게 살아가게 하셨다는 것이며(1:71-75) 셋째는 미래 비전에 관한 것으로서 아들 요한이 높으신 분의 예언자가 되어 주님이 오실 길을 준비하고 구원의 지식을 백성에게 가르친다는 것입니다.(1:76-80)

 

사가랴의 예언을 요약하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신 역사를 바탕으로 지금 하느님을 섬기며 거룩하고 의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앞으로 요한이 주님의 길을 준비하고 구원의 지식을 전달할 사명과 역할을 하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가랴가 이스라엘의 역사관을 요약한 것으로 역사의 섭리자이신 하느님 신앙을 중심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연계되고 융합하여 메시아의 오심을 지향하며 새 역사창조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서 좋을 것입니다.

 

사가랴의 예언을 중심으로 말씀을 준비하면서 학창시절에 읽은 책 한 권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스위스 신학자 E. 부르너의 <믿음, 희망, 사랑>이란 책인데 기독교 역사관을 믿음, 희망, 사랑의 맥락에서 풀이한 명저입니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이런 내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즉 기독교란 과거에 일어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신앙에 근거를 두고 앞으로 하느님 나라 완성을 위해 오시는 메시아를 대망하면서 오늘 사랑과 정의의 길을 닦기 위해 부름 받은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이 믿음, 희망, 사랑을 구현하는 삶의 현실 속에서 상호 연관되고 융합되어 셋이자 하나이고 하나이자 셋인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크리스천은 어느 한 시상에 멈추지 말고 통전적인 시간 속에서 신앙을 근거로 미래를 지향하여 사랑의 삶을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2.

 

그러나 샤가랴의 예언과 E. 부른너의 기독교 역사관은 대림절을 맞이한 우리에게 하나의 충격적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기독교 역사관과 한국인의 역사관이 서로 다르므로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간에 우리는 두 역사관의 갈등과 모순 속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리되지 않은 채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일상을 지내지 말고 이 정신적 혼돈에서 속히 벗어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겠습니다.

 

한양대 명예교수인 김용운 박사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역습>에서 한국인의 역사관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그것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한국인은 중국 철학의 영향을 받아 60간지 곧 60년을 주기로 하는 시간관을 가지므로 역사도 되풀이되고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일도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하므로 무리와 오해로 인해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과거 지향성은 60년 보다 더 빠르게 회전하는 특징을 지닌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정권이 바뀌면 역사 바로 세우기가 반복되고 역대 대통령마다 탄핵, 투옥. 시해, 추방 등을 겪으며 적패청산이란 명분으로 과거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무수하게 구금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현 정부의 핵심인 386세대의 이념은 북한의 3대 독재에 뿌리를 둔 것이고 역사의 무대에서 실패한 사회주의 이념의 유령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한일 간의 정신대 문제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일본과 과거에 얽매인 한국의 역사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국교회의 현실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보수주의 신앙은 예수를 믿기만 하면 오늘 구원(축복)받고 죽어서 천당에 간다.”는 것인데 이것은 현재라는 가장 구체적인 시상이 빠지고 과거와 미래란 공허한 시상에 고착된 것입니다. 이런 의식은 자기 신앙을 절대시하므로 타종교는 물론 자기와 다른 형태의 기독교 신앙도 이단시하고 배척하는 것입니다. 독선은 가정과 사회를 분열시키고 파괴하며 종교전쟁마저 불사하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한국 종교계의 정신적-도덕적 타락도 과거 지향적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그것은 거듭나지 못한 낡은 인간의 욕망에 집착하여 그 노예가 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란 원숙한 인간성과 인류평화를 모색하면서 자기부정과 이웃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삶의 끝없는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함으로서 향기를 풍겨야 할 것이 악취를 뿜어내는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미래학을 주도해온 연세대 은퇴교수 최정호 박사는 과거 집착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이 땅엔 미래는 없고 과거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이나 공동체가 미래를 잃게 되면 과거를 파고든다. 지금 한국처럼 정치, 경제, 문화 심지어 사법(종교)까지 모든 분야에서 오직 과거의 문제만 파헤치는 사례가 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이어서 세상이 온통 과거에만 몰두해도 어느 구석에서 누군가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카이스트의 뇌고학자 김대식 교수도 유사한 말을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위기, 포퓰리즘, -중의 헤게모니 게임 등 좌우의 험한 낭떠러지를 통과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철저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검증된 선택을 해야 하는데 어쩌면 지금 케케묵은 과거의 믿음과 기억만을 되새기는 깊은 꿈속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위에 소개한 두 학자의 말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집트 노예생활을 벗어나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민족과 흡사한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굴욕적인 노예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으나 광야생활에 대해 불평하면서 과거 이집트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과거를 버리지 못한 이스라엘의 구세대는 모두 가나안 복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찌할 작정입니까?

 

 

3.

 

이제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과거 지향적 시간관에 얽매여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희망찬 미래의 비전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자각과 결단을 촉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 이 역사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은 우연이나 자연이 아니라 메시아 시대를 개진할 거룩한 백성으로 부름 받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적 및 기독교적 역사관을 바로 이해하고 이에 따라 오늘 이 땅에서 우리의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을 통해 거룩한 사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합니다

 

2천 년 전 하느님의 말씀을 대언한 사가랴의 예언은 21세기 우리 한국 크리스천에게 주시는 전범이라고 믿습니다. 사가랴가 자기의 역사적 현실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대언한 것처럼 우리도 오늘의 현실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예언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사가랴의 예언의 내용을 우리의 것으로 바꾸는 것이고 우리 자신이 오늘 이 땅의 사가랴가 되는 동시에 세례자 요한의 몫을 감당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각기 그의 예언을 깊이 묵상하면서 신앙고백을 만들고 그것을 일상에서 살아내는데 혼신을 다 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만든 시안을 여러분에게 참고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째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 구원을 선포하신 하느님께서 우리 애국선열들이 일본제국주의의 압정에 대항하여 자유 독립의 기치를 높이 들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시고 우리 교회가 19193.1운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애국심을 고취하셨으며 드디어 1945815일 연합군의 승리로 우리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셨음을 믿습니다.

 

둘째 나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우리 선각자들과 국민이 피땀 흘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가난, 무지, 전쟁이 남긴 황무지에서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고 선진국 문 앞에 이르게 하시고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셋째 나는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선물로 주신 자유와 해방을 소중히 여기면서 이를 더욱 신장시러 오시는 메시아의 길 곧 선진국과 인류평화로 가는 길을 준비하기 위해 주어진 역사적 소임을 다하는데 여생을 바치는 동시에 우리 후손들에게 이를 가르치겠습니다.

 

지난 11월 말 코오롱 구릅을 23년 간 운영해온 이응열 회장이 전격 사의를 발표하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62세인 그는 이제 청년 사업가로 돌아가 제2의 삶을 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그는 평소에 바이오, 제약, 4차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제 그는 과거의 금수저를 버리고 미래를 향해 새 길을 개척하는데 도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랍고 담대하며 멋진 개척정신입니까! 그러나 그의 도전에 앞서 2000년 전 사도 바울의 고백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나의 오직 한 가지 일은 뒤의 것은 잊어버리고 다가오는 것을 향해 전력투구하면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부르시고 약속하신 상을 받으려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3:13-15) 우리는 여기서 사도 바울이 자기의 죄와 치적을 묻어버리고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신앙을 바탕으로 영원한 것을 향해 돌진하는 용단을 가납해야 합니다.

 

고려대 총장인 염재호 박사는 <개척하는 지성>이라 책에서 고용대란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18세기 제1차 산업혁명 이후 각 세기마다 변화와 위기를 거쳐 21세기 제4차 산업시대에 이르렀는데 이제 젊은 지성들은 20세기 패러다임을 버리고 21세기 정보화와 자동화에 걸 맞는 전문가가 되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종교를 포함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총체적 변화와 위기가운데 예측할 수 없고 안전장치가 없는 열차를 타고 불안과 공포에 떨며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한낱 무능한 승객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역사란 열차의 운전기사인 전문가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하느님의 구원의 섭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오시는 메시아 시대에 대한 소망을 지니고 지금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사랑과 정의, 자유와 평화의 길을 닦는데 헌신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메시아 시대를 여는 신실한 일꾼으로 나설 때 하느님께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지혜와 능력을 주시리라 믿어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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