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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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평화

 

본문: 이사야 5:2-5; 누가복음 2:8-14

설교: 홍정호 목사 (2018.12.25. 성탄절)

 

[그 지역에서 목자들이 밤에 들에서 지내며 그들의 양 떼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한 천사가 그들에게 나타나고, 주님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니,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여 준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 갑자기 그 천사와 더불어 많은 하늘 군대가 나타나서, 하나님을 찬양하여 말하였다.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거룩한 성탄절 아침에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빕니다. 부활절과 더불어 우리 그리스도교의 양대 축일이라고 할 수 있는 성탄절을 맞이했습니다. 성탄과 부활의 의미만 잘 새겨도 교회에서 배워야 할 것은 다 배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탄의 의미는, 높으신 주님께서 낮은 곳에 임하셔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특별히 마음이 가난한 이들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셨다는 데 있습니다. 부활의 의미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주님께서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다시 사셔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특별히 그분이 이 땅에 계실 때에 사랑하시던 연약한 이들과 늘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믿는 데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부활하시기 전의 예수님은 한 분이시고, 그분의 뜻과 시선은 늘 낮은 이들을 향해 계신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금 새기는 성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

 

유대 땅의 변두리인 갈릴리 나사렛에 사는 요셉과 마리아는, 아구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에 따라 호적을 등록하기 위해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이라는 다윗의 동네로 올라갔다 거기에서 한 아이, 곧 아기 예수님을 낳았습니다. 낯선 땅 베들레헴에서 환대받지 못한 요셉과 마리아는, 만삭의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산할 곳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결국 허름한 마구간에서 아이를 낳아 구유에 그 아이를 뉘였습니다. 아마 베들레헴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저들을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외면했거나, 맞아들일까 하다가도 위험한 타지 사람을 집으로 들일 수 없다는 경계심으로 그들을 못 본 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데 요셉과 마리아는 마치 난민처럼 이곳저곳을 떠돌다 결국 누구의 환대도 받지 못한 채 마구간에서 아이를 낳게 된 것입니다.

 

그 무렵 지역의 목자들은 남들이 모두 잠든 밤에도 쉬지 못하고 들판에서 양 떼를 지키며 고된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주님의 천사가 그들에게 나타나 예수 나심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한 사람들, 그러니까 대다수가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시절의 가난한 이들의 관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환대 받지 못해 구유에 태어나셨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이들이 야간근무를 서던 목자들이었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복음의 이야기는 메시아는 다윗 왕가의 자손으로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왕으로 오실 것이라는 기대를 배반하는 설정입니다. 예수님은 왕이시되 세상의 왕이 아닙니다. 또한 그분이 왕이라는 사실을 알아보고 그분을 왕으로 모신 이들 또한 왕궁의 고위 관료들이 아닌 들판의 목동들, 죄인들, 병자들, 그리고 가난한 여인들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주님이 오셔서 전하게 될 평화는, 자기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며 특권을 당연시 하는 권세자들의 평화가 아니라, 99%에 속한 이들의 평화, 곧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입니다.

 

성탄의 기쁨, 주님의 평화는 그래서 우리끼리의 평화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던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데에서 오는 기쁨, 평화를 누리지 못했던 이들이 평화와 안식을 누리게 되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요 평화입니다. 일전에 저는 신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남대문 시장에서 짐꾼으로 몇 개월 일한 적이 있습니다. 저를 고용한 사장님은, 그분도 저도 서로 이름을 불러 본 적이 없습니다만, 우리들이 다 차씨 아저씨라고 부른 경력 30년의 베테랑 짐꾼이셨습니다. ‘차씨 아저씨혼자 그 많은 짐을 다 실어 나르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는 신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에 짧게 예배만 드리고 시장에 나가 짐을 날랐습니다. 그 무렵 제가 느낀 소외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리가 함께 축제를 벌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를 촌각을 다투며 달리는 오토바이 퀵 배송 아저씨들, 살을 에는 추위에도 종일 노상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하루 만원 남짓 버는 붕어빵 아줌마들, 사람들이 버린 박스를 주워 와 10원이라도 더 받고자 흥정을 벌이는 할아버지들,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성탄절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지친 몸으로 퇴근할 무렵이면 종일 밖에서 일하느라 한겨울에도 몸은 땀에 절고, 손톱 사이에는 까맣게 때가 낍니다. 더러워진 옷과 씻을 곳도 마땅치 않아 손톱 밑 때가 낀 손으로 지하철 손잡이를 잡았을 때 슬금슬금 저를 피해 옆자리로 옮겨가던 사람들의 표정이며 눈빛도 떠오릅니다. 그 시절 성탄의 기쁨은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일로, 살 만한 사람들의 그들만의 잔치로 여겨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목사가 되어 목사님, 박사님, 교수님 소리까지 들으며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만, 성탄절 무렵이 되면 저는, 나는 누구이고,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이들과 더불어 평화를 이루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 잊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강단에 섭니다.

 

3.

 

주님의 평화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이들뿐만 아니라, 낮은 이들 곁에 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두는 이들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평화입니다. 그 평화는, 로마가 약속한 팍스 로마나의 영광의 체계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평화, 난민이 되어 자기 땅에서 추방된 이들의 평화, 열심히 일해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이들의 평화, 그리고 삶의 보람과 의미를 잃어버린 채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임하는 평화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오심을 축하하며 기뻐하는 성탄을 맞이합니다. 주님의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되고,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이들의 평화가 오늘 우리의 평화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 힘 주시고, 새 길을 여시는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성탄의 아침,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늘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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