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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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하는 일

 

본문: 시편 138:1-8; 누가복음 5:1-11

설교: 홍정호 목사 (2019.2.10. 주현 후 제5)

 

[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셨다. 그 때에 무리가 예수께 밀려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예수께서 보시니, 배 두 척이 호숫가에 대어 있고, 어부들은 배에서 내려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 배 가운데 하나인 시몬의 배에 올라서,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떼어 놓으라고 하신 다음에, 배에 앉으시어 무리를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말씀을 그치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대답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대로 하니, 많은 고기 떼가 걸려들어서,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히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시몬 베드로가 이것을 보고,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서 말하였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베드로 및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잡은 고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에 놀랐던 것이다. 또한 세베대의 아들들로서 시몬의 동료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다. 예수께서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뭍에 댄 뒤에,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예수를 따라갔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주현절 다섯 번째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시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은 베드로의 기적적인 고기잡이 이야기를 중심부에 두고 앞뒤를 다른 이야기로 감싼 수사학적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누가는 구약성서의 저자들이 주로 사용한 문학 패턴을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후의 달라진 삶을 전합니다.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한 삶으로부터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풍성한 결실을 얻는 삶, 물고기를 낚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삶으로부터 사람을 낚아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는 삶으로의 변화가 오늘 복음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1.

 

갈릴리 호수의 서편 게네사렛에서 예수님은 사람들 사이에 서 계십니다. 그곳에 계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자 많은 이들이 찾아왔습니다. 많은 인원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수님은 호숫가에 배를 띄워 강단으로 사용하시고자 했고, 마침 배 두 척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배 주변에는 지난밤 고된 노동에도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한 채 피곤에 지친 몸과 마음으로 빈 그물을 씻고 있던 어부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호숫가에 있던 배 가운데 하나인 시몬의 배에 올라타셔서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떨어뜨려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빈 배로 돌아와 그물을 손질하고 있던 시몬은 마뜩치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몬은 예수님의 요청을 받아들여 배를 끌고 다시 호숫가로 나갔습니다. 누가는 이 이야기에 앞선 4장에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배치했는데, 시몬은 어쩌면 예수님에게 진 신세를 갚고자 마뜩치 않은 일을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예수님은 시몬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지금은 낙심에 차서 자신의 진가를 잊어버리고 있던 그 일을 다시 시몬에게 요구하셨습니다.

 

시몬의 도움으로 배 위에서 사람들에게 말씀 전하기를 마치신 예수님은, 시몬에게 뜬금없는 말씀을 하나 더 하셨습니다. 바로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하는 명령입니다. 시몬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말씀이겠습니다. 노를 젓고 고기를 잡는 일에 있어서라면 베드로가 예수님에 비할 바 없는 전문가인데, 오지랖을 너무 펼치신 게 아닌가 말이죠. 게네사렛 호숫가에 매일 배를 띄워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온 베드로 앞에서, 어디로 가라, 그물을 내려라 하시니, 정말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누가 선생아니랄까봐 말이죠. 더욱이 예수님이 그물을 내리라고 한 때는 대낮입니다. 갈릴리의 물고기들은 밤에 먹이를 먹기 때문에 낮에는 바위 아래에 숨어 있고, 깊은 데가 아니라 산소가 풍부한 육지 언저리에 모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하신 요청은, 베드로의 경험과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요청이었습니다. 그가 늘 고기잡이를 해오던 밤이 아닌 대낮에, 호수가 주변이 아닌 깊은 데로 나가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시몬은 대답합니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아마도 시몬은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속는 셈치고 가 보자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기의 경험과 상식을 뒤로하고 예수님 말씀대로 하니 정말 물고기가 잡혔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그물이 찢어질 지경으로 물고기가 잡힌 것입니다. 이 새로운 어장이 알려지기라고 할 새라 시몬의 배에 탄 이들은 동료들을 소리 내어 부르지 않고 손짓하여 부릅니다. 이리 와 보라로 말이죠. 동료들이 와서 도와 물고기는 두 배에 가득 채우게 되었습니다. 뱃사람으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 수 없겠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이것을 보고 좋아하는 대신, 예수님 앞에 엎드려 자신은 죄인이니, 자신에게서 떠나달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지금 거룩하신 분 앞에 있음을 깨닫고, 겸손히 자신을 낮춘 것입니다. 예수님을 선생님’(epistates)라고 불렀던 베드로는 이제 예수님을 주님’(kyrios)라고 부릅니다. 이 사건을 통해 베드로는 선생님이었던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변화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시몬의 동료 야고보와 요한 역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2.

 

성서의 이야기, 특히 복음서의 이야기가 고대 그리스도의 형이상학과 다른 것 가운데 하나는, 물질과 영혼을 분리해 물질은 악하고 영혼만 선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혼이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것처럼, 물질도 복이 될 수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구약성서의 축복은 주로 물질적인 축복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기복신앙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비판하고, 기복신앙에 대한 비판이 지성적 신앙인의 하나의 교양정도 여겨지는 계몽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만, 사실 축복을 받는 삶, 그 가운데에서도 물질적으로 축복을 받는 삶은,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을 잘 섬기고, 예수님의 뜻 가운데 살아가는 이들이 누리는 인생의 복락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물질 그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고, 물질을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의 타락한 욕망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아랍문화와 고대근동학에 정통한 성서학자 케네스 베일리(Kenneth E. Bailey)는 예수님께서 기도보다 돈에 대해 더 많이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예수님은 비유, 예수님의 비판, 예수님의 위로 등 예수님의 활동은 물질세계의 핵심을 이루는 부와 가난의 문제와 맞물려 전개됩니다. 그러나 예수님 복음의 초점은 부자가 되자는 데 있지 않고, 하나님나라의 영광을 위하여 물질을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 베드로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지경으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는 복음서의 이야기는, 영혼의 세계만을 칭송하고 물질을 악한 것으로 여긴 그리스 철학의 체계에서는 천박한 이들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릅니다. 자고로 인간이란, 높은 정신적인 것에서 기쁨을 얻어야지, 한낱 물고기 낚은 것에서 기쁨을 얻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이죠. 그러나 성서의 눈높이는 갈릴리의 농부들과 어부들의 일상에 맞춰져 있고, 그들의 일상생활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록한 복음서의 내용이, 베일리 교수의 지적처럼, 기도보다 돈에 대해 더 많이 말씀하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복음은 단지 남들보다 큰 물질축복을 받은 것을 믿음의 목표로,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늘 본문의 마지막 구절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바라던 만선이 된 배를 끌고 육지로 온 이들이었지만, 그들은 배를 뭍에 댄 뒤에,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갔다고 누가는 전합니다. 물질적으로 풍성한 삶이 좋은 것이지만, 신자의 삶은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좋은 삶마저도 뒤로 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라는 메시지가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풍요로운 삶이 주는 기쁨도 크지만,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 삶의 기쁨은 그에 비할 바 없이 크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일은, 말씀을 전하심으로써 이러한 변화된 삶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상식을 뒤로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른 베드로의 믿음이 큽니다. 그가 내키는 마음으로 했든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랐고, 기대하지 못했던 풍성한 수확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변화는 그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시몬 베드로는 이제 만선을 기뻐하는 갈릴리의 어부가 아니라, 온 교회의 사도로, 예수님의 명을 따라 온 세상에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교회의 든든한 반석이 되었습니다. 그는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게네사렛 항구에서 낙심하여 빈 그물이나 씻고 있던 시몬을 찾아가셔서, 친히 그에게 말을 거시고, 도움을 구하심으로 당신의 일에 초대하셨습니다. 그리고 빈 배 앞에서 위축되어있던 시몬을 불러일으켜 먼 바다로 나가게 하셔서, 그에게 가장 익숙한 일, 그리고 그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통해 당신이 주님이심을 그 앞에 드러내셨습니다.

 

3.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간직해야 합니다. 주님은, 지금 낙심하여 있는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열심히 수고했으나 빈 그물뿐인 삶에 찾아오시어 우리를 당신의 기쁨이 가득한 삶으로 부르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수고가 결실을 맺어 만선(滿船)이 되는 삶을 기뻐하십니다. 그러나 그분의 궁극적 관심은 우리의 변화된 삶에 있습니다.

 

우리를 잘 아시고 우리를 통해 당신의 일을 이루시는 분, 시몬을 베드로가 되게 하신 주님은, 열매 맺는 삶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맡겨주신 일, 만나게 하시는 이들, 경험하게 하시는 일들을 믿음으로 행하며 순종할 때 시몬에게 일어난 큰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줄 믿습니다. 믿음을 통해 여러분과 저의 인생에도 뜻밖의 결실과 하나님중심으로의 전환들이 일어나게 될 줄 믿습니다. 한 주간도 낙심하지 않는 믿음으로 행하며, 우리의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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