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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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산 가는 길

 

본문: 출애굽기 34:29-35; 누가복음 9:28-36

설교: 홍정호 목사 (2019.3.3. 주현 후 마지막 주, 변화주일, 삼일절기념주일)

 

[이 말씀을 하신 뒤에, 여드레쯤 되어서,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러 산에 올라 가셨다. 예수께서 기도하고 계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변하고, 그 옷이 눈부시게 희어지고 빛이 났다.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이 나타나 예수와 더불어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그들은 영광에 싸여 나타나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그의 떠나가심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베드로와 그 일행은 잠을 이기지 못해서 졸다가, 깨어나서 예수의 영광을 보고, 또 그와 함께 서 있는 그 두 사람을 보았다. 그 두 사람이 예수에게서 막 떠나가려고 할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여기서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초막 셋을 지어서, 하나에는 선생님을, 하나에는 모세를, 하나에는 엘리야를 모시겠습니다.”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였다.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구름이 일어나서 그 세 사람을 휩쌌다. 그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다. “이는 내 아들이요, 내가 택한 자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그 소리가 끝났을 때에, 예수만이 거기에 계셨다. 제자들은 입을 다물고, 그들이 본 것을 얼마 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주현절을 마무리하고 사순절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는 주현 후 마지막 주 변화주일입니다. 주현절기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 당신의 가르침과 치유 사역을 펼치신 절기였다면, 변화주일에서 사순절로 나아가는 이때는, 가르침과 치유 사역을 마무리하시고 십자가의 영광을 위해 걸어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며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때입니다.

 

1.

 

오늘 본문에 앞서 예수님은,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9:23) 하시고,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9:24) 하셨습니다. 예수께서 걸어가시는 길은 생명과 평화의 길이지만, 그 길은 거저 주어지는 길이 아니라, 자기를 부인하고 그분을 따르는 이에게 열리는 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을 따르려면 주님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자기를 부인할 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각대로 하게 되지, 주님의 뜻대로, 내가 지고, 내가 손해 보는 길을 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늘 기도하셨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더 많이 기도하셨습니다.

 

변화산 사건은 이렇게 기도하시던 예수님에게 일어난 변화를 전합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길에 대해 말씀하신 후 여드레쯤 뒤에, 사랑하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평소처럼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누가는, “예수께서 기도하고 계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변하고, 그 옷이 눈부시게 희어지고 빛이 났다고 전합니다. 기껏 기도하러 올라가서 잠을 이기지 못하고 졸고 있던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도 깨어나 주님의 영광을 보고, 주님이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있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극적입니다. 저는 변화산 사건이, 기도하는 이가 얻게 되는 권능에 대해 말한다고 믿습니다. 기도하는 이가 얻게 되는 권능, 그것은 무엇인가요?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까? 세상이 부러워 할 재물을 얻게 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사나 죽으나 복음의 진리에 굳건히 설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기도하는 이가 얻게 되는 권능입니다.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얼굴 모습이 변하고, 그 옷이 희게 빛났다는 복음서의 증언은, 기도하시는 예수님께서 이제 당신에게 다가 올 십자가의 고난을 능히 이기실 힘을 얻게 되시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변화산 사건의 영적인 의미는, 삼일운동 백주년을 기념하는 주일인 오늘 더욱 뜻깊은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2.

 

한국 감리교회는 선교와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변혁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특별히 민족의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복음전도와 더불어 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감리교인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 감리교회의 자랑이요, 후손들에게 계승해야 할 중요한 신앙의 유산입니다. 그것은 우리 감리교회가 믿음으로 구원받고 천국에 간다고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성화와 완전에 이르는 구원의 길을 강조하는 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의 구원과 성화는 개인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요, 사회적 구원과 성화에 이르러야 한다고 가르쳐 온 감리교회의 영성이 그 바탕에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9:23) 하시고,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9:24)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받들기 위해 기도하며 그 길에 나선 신앙의 선각자들이 있기에 우리의 오늘이 있다 하겠습니다.

 

역사학자 윤경로 교수는 <3.1독립선언서>로부터 3.1운동의 정신을 다섯 가지로 읽어냈습니다. 첫째는, 자주독립정신입니다. 3.1운동은 대내외적 식민상태로부터 벗어나 한민족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회복하는 것을 제일의 목적으로 삼은 운동이었습니다. 둘째는, 자유민주정신입니다. 3.1운동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이념을 제일의 정신으로 내세워 백성이 주인인 민주사회 형성을 지향했습니다. 셋째는, 인류공영의 평화정신입니다. 3.1운동은 조선의 독립을 우리민족의 자주성 확립을 위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 여김으로써 인류공영의 평화정신 확립에 이바지했습니다. 넷째는, 민족이 나아가야 할 꿈과 비전의 제시입니다. 3.1운동은 현시대의 암울한 역사적 상황을 넘어 민족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희망찬 꿈과 비전이 제시된 이정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혁명정신입니다. 3.1운동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탄생에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황제가 통치하던 제국’(帝國)을 백성이 주인이 되는 주권재민(主權在民)민국’(民國)으로, ‘왕권(王權)’국권(國權)’, 그리고 왕토’(王土)국토’(國土)로 바꾼 혁명적 전환을 이뤄낸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3.1운동의 정신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지나는 동안 한국의 근대화의 큰 방향을 제시한 역사의 이정표가 되어 왔습니다.(홍정호, “탈민족주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편, <3.1정신과 한반도 평화>, 동연, 2019, 236.)

 

이러한 삼일운동의 정신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삼일정신을 우리 신앙의 자리에서 꽃피우는 것입니다. 자주독립과 자유민주정신, 인류공영의 평화정신이 우리 한국 그리스도교인의 사회적 영성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다시 강조해서 말씀을 드립니다만, 기도해야 합니다. 믿음의 길은, 인간적인 생각이나 계산으로 답을 기대할 수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문제를 맡기고,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길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사실을 믿으면서, 당장에 손해보고 에둘러가는 길 같더라도 말씀대로, 복음의 가르침대로 그 길을 가는 것이 신앙인의 길입니다.

 

어제 윤정현 집사님 덕분에 삼일운동 백주년 기념 공연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를 보고 왔습니다. 공연을 보고 와서 사실 어젯밤에 설교를 다시 썼습니다. 공연을 보고 집에 와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열여섯 살 소녀 유관순이 아우내 만세 운동에 나서기에 앞서 고향 매봉감리교회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장면입니다. 유관순의 부모님과 친지들은 일찍이 감리교인이 되었고, 유관순의 작은아버지 유중무는 매봉교회 전도사로 시무하기도 했습니다. 교회사가들에 따르면 기독교신앙의 가르침 속에서 애국애족의 독실한 신앙심을 키워 온 유관순은,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에 나서기 직전에 매봉산에 올라 삼일 밤낮을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 장면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열여섯의 소녀 유관순은 그때 그곳에서 무슨 기도를 했을까요?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공연에서는 기도하는 유관순의 모습 뒤로 찬송가 263<이 세상 험하고> 가 잔잔하게, 그러나 아주 굳건하게 흘러 나왔습니다.

 

이 세상 험하고 나 비록 약하나, 늘 기도 힘쓰면 큰 권능 얻겠네

주님의 권능은 한 없이 크오니, 돌 같은 내 마음 곧 녹여 주소서

내 맘이 약하여 늘 넘어지오니, 주 예수 힘 주사 굳세게 하소서

죄 사함 받은 후 새 사람 되어서, 주 앞에 서는 날 늘 찬송하겠네

주의 은혜로 대속 받아서, 피와 같이 붉은 죄 눈 같이 희겠네

 

신앙인이 애국애족 하는 길은 기도하고 복음의 말씀에 굳건히 서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복음의 진리 위에 굳게 서면 애국애족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복음의 길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은 애국애족의 길도 헷갈립니다. 생명과 평화, 화해와 용서를 지향하는 복음의 길을 가로막고 서 있으면서도 자신은 하나님의 뜻을 대변하는 자라는 정말로 큰 착각에, 일종의 메시아 콤플렉스에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십자가에 나를 매다느냐, 아니면 다른 이를 매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복음의 길은 분명합니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길이요, 목숨까지도 내놓을 준비를 하며 따르는 길입니다. 기도하지 않고 이런 길 가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기도하지 않으면 자기가 올라야 할 십자가에 다른 사람을 매달고 애도하며 경배하는 것이 신앙이라는 착각에 빠지고 맙니다.

 

3.

 

변화산에 얽힌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신학교에 가기까지 신앙생활을 하던 교회의 기도회 이름이 바로 변화산 기도회였습니다. 돌아가신 만나교회의 김우영 목사님께서 지으신 이름인데, 지금 생각해도 이름을 참 잘 지으셨다 생각이 듭니다. ‘변화산 기도회에 참석해 은혜도 많이 받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일 년에 걸쳐 흘릴 눈물을 하루에 다 쏟아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변화산 기도회에 가는 길이 저에게는 변화산에 오르는 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의 힘은 기도입니다. 약자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그를 들어 당신의 뜻을 이루는 일에 귀하게 사용하시는 분입니다. 변화산에 가는 길은 이 믿음을 얻으러 가는 길이요, 열여섯의 연약한 소녀로 하여금 식민조국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삼아 만세운동에 나서도록 만드는 권능의 길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나름대로 앎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앎의 길을 꽤 성실히 추구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지식은, 있으면 좋지만, 사실 없어도 그만입니다. 지식으로 신앙생활하고, 지식으로 구원받는 것 아닙니다. 하나님을 떠난 지식, 믿음을 떠난 앎은, 영적인 교만을 싹트게 만들고, 영혼의 병을 깊게 듭니다. 신앙생활은 기도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변화산에 올라야 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과 산에 올라 기도하시면서 당신의 사역을 감당하실 힘을 얻었던 것처럼, 유관순 열사가 매봉산에 올라 기도하며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을 믿음과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 인생의 변화산에 올라, 오늘을 살아갈 믿음과 용기를 얻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신앙생활의 진수요, 나머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수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음의 진리 안에 굳게 서는 것, 기도하며 새 힘을 얻는 것, 그것만이 우리의 신앙생활을 참되게 만듭니다.

 

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주현절 마지막 주 변화주일을 지나 재의 수요일로부터 사순절의 신앙순례가 시작됩니다. 이번 사순절은 무엇보다 기도하는 절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에는 목회 일정 가운데 사순절 고난주간 특별 기도회도 있습니다. 모이면 기도하고, 흩어지면 선교하는 우리가 되십시다. 변화산에 올라 간절히 기도하셨던 주님을 본받아 우리 인생의 변화산에서 주님을 만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크신 은총과 평화가 한 주간도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에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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