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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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양을 먹이라

 

본문: 시편 30:1-12; 요한복음 21:15-19

설교: 홍정호 목사 (2019.5.5. 부활절 제3, 어린이주일)

 

[그들이 아침을 먹은 뒤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어린 양 떼를 먹여라.” 예수께서 두 번째로 그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쳐라.” 예수께서 세 번째로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 때에 베드로는, 예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이나 물으시므로, 불안해서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먹여라.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를 띠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녔으나, 네가 늙어서는 남들이 네 팔을 벌릴 것이고, 너를 묶어서 네가 바라지 않는 곳으로 너를 끌고 갈 것이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베드로가 어떤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인가를 암시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에 함께 하시길 빕니다. 부활절 셋째 주, 5월의 첫 주일 어린이주일입니다. 5월 달력은 노동절,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등 여러 기념일로 채워져 있습니다. 감리교회에서는 5월 첫 주일과 둘째 주일을 각각 어린이주일과 어버이주일을 지킵니다. 교회가 이날을 구별하여 지키는 이유는 어린이와 어버이가 약자의 대명사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돌봄과 배려가 필요한 이들, 오늘의 주체인 사람들이 교회의 내일인 어린이들을 돌보고, 교회의 어제인 어버이들을 공경함으로써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가 사랑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 여기에 담겨있습니다. 또한 오늘의 주역으로 살아가는 이들, 지금 인생의 여름과 가을을 지나고 있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에게도 봄과 같은 어제가 있었음을, 그리고 겨울과 같은 내일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있겠습니다. 5월을 보내며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이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귀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1.

 

베드로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후 다시 어부의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디베랴 바다가에 모인 일곱 제자들 사이에서 베드로가 말합니다.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 요한복음의 마지막 장인 21장은 베드로가 처음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을 당시의 장면을 재연합니다. 마치 영화에서 첫 장면과 비슷한 장면을 마지막에 재연하면서 주인공의 달라진 상황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찾아보니 이런 기법을 북앤드 형식’(bookend format)이라고 하더군요. 책을 세워두기 위해 맨 첫 책과 마지막에 똑같이 세우는 책 지지대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누가복음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때를 이렇게 전합니다. 게네사렛 호숫가에서 예수님은 밤새 허탕을 친 어부들이 배에서 내려 그물을 깁는 것을 보시고 그들에게 다가가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5:4)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베드로의 대답을 기억합니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바다로 나가 그물을 내렸고, “그물이 찢어질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가 잡힌 것에 놀라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린 베드로에게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이것이 베드로와 주님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 디베랴 바다에서 다시 제자들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누가복음에는 제자들과 예수님이 처음 만난 장소가 게네사렛 호숫가라고 했는데, ‘디베랴 바다라는 명칭은 헤롯이 갈릴리를 통치하던 시기부터 이 게네사렛 호수를 부르는 명칭이 사용되었습니다. 디베랴는 티베리우스 황제인데, 식민지 하수인이었던 헤롯이 로마 황제에게 잘 보이려고 황제의 이름을 가져와 지역의 전통 지명을 바꿔버린 것입니다. 아무튼 누가복음의 게네사렛 호수와 요한의 디베랴 바다는 같은 지명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부활하시기 전에 제자들을 부르셨던 그곳에 게네사렛 호숫가에 먼저 가 계셨던 겁니다.

 

예수님의 처형 이후 다시 어부의 자리로 돌아온 이들이 거기에 있습니다. 요한은 시몬 베드로와 도마, 갈릴리 사람 나다나엘, 그리고 세베대의 아들들과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 이렇게 총 일곱 명의 제자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밤새 허탕을 치고 앉아 그물을 손질하던 그날처럼 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후 다시 어부의 삶으로 돌아와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바다로 나간 베드로는, 그리고 베드로를 따라 나선 다른 제자들도 그날 밤에는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다가와 물으셨습니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리하면 잡을 것이다.” 그 말씀을 듣고 그물을 내린 제자들은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서,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고 요한은 말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처음 만나던 당시의 장면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손수 숯불을 피워 제자들이 잡아 온 생선을 구워주시고, 빵을 집어 그들에게 주시면서 와서 아침을 먹어라하셨습니다. 십자가 처형을 당하시기 전 그 모습 그대로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2.

 

오늘 본문은 이렇게 부활의 몸으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주님께서 제자들 가운데에서 시몬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손수 생선을 구워 빵과 생선으로 제자들을 먹이신 후 베드로에게 물으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대답합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주님 앞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어딘가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후 지금 예수님과 처음으로 다시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서먹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인 것입니다.

 

일전에 베드로는 주님 앞에서, “주님, 나는 감옥에도, 죽는 자리에도, 주님과 함께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22:33) 하고 말하면서 주님을 향한 충성의 굳은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듣고 예수님은 베드로가 민망할 만한 대답을 하셨습니다. “베드로야,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하시기에 앞서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시몬아,) 나는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 하셨습니다. 주님은 시몬의 결의에 찬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가 당신을 세 번 부인할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형제를 굳세게 하는 교회의 반석 베드로가 될 것을 아시고, 그를 위하여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베드로는 그렇게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떠난 후 처음으로 다시 부활하신 예수님과 만난 것입니다.

 

3.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것처럼 예수님도 베드로에게 세 번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는 가운데 베드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상처로 남았을 자존감을 치유해 주시기 위한 예수님의 특별한 배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님은 베드로가 당신을 부인하기에 앞서 그의 마음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말씀하시면서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 하셨습니다. 저는 지난 고난주간 새벽기도회 말씀을 준비하고 나누는 가운데 베드로에게 하신 주님의 이 말씀이, 마치 저에게 하시는 말씀인 양 생생하게 들리는 체험을 했습니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기도했다. 그러니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

 

주님은 우리의 약함을 아시는 분입니다. 제아무리 선을 향한 의지가 크고, 결의에 차 복음의 길을 가겠노라 장담한다 한들 인간의 길을 걷는 이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흠결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주님께서 먼저 아셨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은, 주님께서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네가 나를 부인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거나 낙심하지는 말아라. 다만,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내가 너를 반석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네 형제를 굳세게 하는 반석이 되어라이것이 베드로의 오늘을 넘어 그의 내일을 보신 예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디베랴 바닷가에서 다시 베드로를 만난 주님은 베드로에게 하신 당신의 말씀을 이루셨습니다. “내 양 떼를 먹여라.” 이것이 다시 교회의 반석으로 돌아와 형제를 굳세게 할 사명을 맡은 베드로에게 주신 주님의 명령입니다.

 

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주님은 약함을 아시는 분입니다. 때로는 어린아이같이 연약하고, 때로 노인같이 완고해지기도 하는 우리의 행할 바를 주님께서는 미리 아시는 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당신의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위한 믿음을 거두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의 하나님은 자비의 하나님, 우리를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이것이 제가 매 주일마다 축복기도를 나누면서 늘 빠뜨리지 않고 고백하는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되, 어느 정도까지만, 어느 수준에서 포기해 버리고 마는 사랑이 아닙니다.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입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사랑하시고, 저렇게 하면 징벌하시는 인과응보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끝까지 사랑하시는 자비의 하나님, 그분이 저와 여러분을 아시고, 우리의 내일을 열어 가시는 예수님의 하나님이십니다.

 

베드로야, 나는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오늘 인간의 길위에 서 있는 저와 여러분을 위로하고 새 힘을 주시는 말씀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하신 주님의 명령을 기억하며, 세상에 주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쓰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기에 앞서,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믿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기도를 드리기에 앞서,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이 믿음 안에서, 다시 돌아와 형제를 굳세게 하는 참 믿음의 사람으로 굳게 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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