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주일설교

성령이 하시는 일

 

본문: 시편 104:24-34; 요한복음 16:12-15,22-24

설교: 홍정호 목사 (2020.5.31. 성령강림절)

 

[아직도,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많으나, 너희가 지금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실 것이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 말씀하지 않으시고, 듣는 것만 일러주실 것이요,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주실 것이다. 또 그는 나를 영광되게 하실 것이다. 그가 나의 것을 받아서,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가지신 것은 다 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성령이 나의 것을 받아서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 이와 같이, 지금 너희가 근심에 싸여 있지만, 내가 다시 너희를 볼 때에는, 너희의 마음이 기쁠 것이며, 그 기쁨을 너희에게서 빼앗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아버지께 구하는 것은, 무엇이나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주실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희가 아무것도 내 이름으로 구하지 않았다. 구하여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 그래서 너희의 기쁨이 넘치게 될 것이다.]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특별히 오늘 성령강림절을 맞아 성령님의 감화(感化)하시고, 교통(交通)하게 하시는 은총이 여러분 각 사람과 가정 가운데, 그리고 우리 교회 가운데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에서 시작한 올해 신앙 순례가 성탄절과 주현절을 지나, 사순절과 부활절, 승천주일을 지나 오늘 성령강림절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대림절에 이를 때까지 성령강림절이 길게 이어집니다.

 

매년 말씀드립니다만, 교회력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성령강림절기가 차지하고 있는 데에는,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이야말로 신자로 살아가는 삶의 전부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에 대한 믿음 못지않게,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 성령으로 충만한 삶에 대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성령은 하나님의 숨결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이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생명을 유지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생명으로 충만한 삶, 기쁘고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하나님의 숨결이신 성령이 우리를 가득 채울 때 우리는 그분의 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갑니다.

 

예배를 마치며 축복기도를 바칠 때 빠질 수 없는 축원사가 있습니다. ‘십자가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은혜’, ‘헤아릴 수 없이 큰 사랑의 원천이신 하나님의 극진하신 사랑’, 그리고 성령님의 감화(感化) 감동(感動) 교통(交通)케 하시는 역사입니다. 성령님이 하시는 일은 우리를 감화하시는 일입니다. 감화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영향을 받아 생각이나 감정이 바람직하게 변화함. 또는 그렇게 변하게 함입니다. 하나님의 숨결이신 성령님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 그래서 우리로 예수님의 손과 발로 살아가도록 도우시는 분입니다. 성령님의 감동 역시 같은 의미입니다.

 

성령님은 또한 교통케 하시는 분입니다. 교통이란, 사귈 교()자에 통할 통()자를 씁니다. 성령님은 우리가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님과 한 마음이 되도록, 그분과 연결되어 사귀고 통하도록 우리를 이끄시는 분입니다. 특별히 흩어진 교회들이 성령 안에서 하나 됨을 뜻하는 낱말로 이 교통하심(the communion of the Holy Spirit)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과 지향, 서로 다른 환경 속에 살아가지만, 하나님 안에서 우리를 서로 사귀게 하시고 통하게 하시는 일을 바로 성령께서 하신다는 신앙의 선포가 성령님의 교통하심에 대한 축원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성령님의 감화 감동 교통하심은 신자의 삶에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일치를 고백하는 믿음이 바로 삼위일체 신앙입니다.

 

2.

 

예수님은 당신이 떠나시면 이 성령께서 오신다고 말씀하셨고, 진리의 영이신 그 영이 나를 위하여 증언하실 것이다.”(15:26b) 하셨습니다. 나를 위해 증언하신다는 말씀은, 그분이 우리 마음 가운데 예수님을 떠올리게 하시고, 우리를 예수님의 마음으로 살게 하시고, 그분의 손과 발이 되는 삶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분이시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성령이 누구이신지, 그분이 하시는 일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이 의아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많으나, 지금은 너희가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실 것이다.” 예수님이 곧 떠나신다는 사실에 낙심한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떠나시면, 그리움만 남는 것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피해와 위협도 따릅니다. 예수님은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니라, 죽임, 곧 처형을 당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이 돌아가시면 그분을 따르던 제자들도 박해의 대상이 됩니다. 예수님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자신들에게 돌아올 피해를 떠올리면서, 그리고 아무 죄 없으신 예수님이 불의한 이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셔야 하는 현실에 애통해 하면서, 제자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무겁기 그지 없었습니다. 지금 제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어느 것 하나 기뻐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낙심하지 않으려 하지만, 낙심할 만한 조건들이 그들을 가득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아직도,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많으나, 너희가 지금은 감당하지 못한다.” 예수님도 아셨습니다. 낙심할 상황에서 무조건 기뻐하라, 감사하라, 낙심을 이겨라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그분은 누구보다 잘 아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분은 제자들에게 아직도,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많으나, 너희가 지금은 감당하지 못한다말씀하시면서, 제자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시고, 그들로 이 어둠의 시기를 이겨내도록 독촉하지 않으시면서 곁에 계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들의 낙심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길이 보이지 않으나, 진리의 영이 오시면, 이들 낙심에 빠진 제자들을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실 것을 그분은 분명히 알고 계셨습니다.

 

3.

 

나아가 예수님은 제자들이 성령과 더불어 낙심을 이길 뿐만 아니라, 기뻐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너희가 근심에 싸여 있지만, 내가 다시 너희를 볼 때에는, 너희의 마음이 기쁠 것이며, 그 기쁨을 너희에게서 빼앗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16:22) 제자들은 지금 이 말씀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성령이 아직 임하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이 언젠가 성령이 임하시면 당신의 이 말씀을 기억할 것을 아시고 당신의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아버지께 구하는 것은, 무엇이나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주실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희가 아무것도 내 이름으로 구하지 않았다. 구하여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 그래서 너희의 기쁨이 넘치게 될 것이다.”(16:23b-24)

 

성령강림절은 예수님의 이 말씀이 성취된 날입니다. 오순절 성령이 임하시는 사건을 통해 실의에 빠져있던 제자들은 새 힘을 얻었습니다. 성령이 임하시기 전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문제가 커 보였습니다.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누구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낙심에 그들은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성령의 충만함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능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문제에 사로잡혔던 시선을 돌려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하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령이 임하자 그때는 알 수 없었던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고, 그 말씀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지금 너희가 근심에 싸여 있지만, 내가 다시 너희를 볼 때에는, 너희의 마음이 기쁠 것이며, 그 기쁨을 너희에게서 빼앗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16:22) 이렇듯 성령에 충만하여 비탄한 상황을 이기고 기뻐하는 이들을 보며, 어떤 이들은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하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령강림절을 맞이하였습니다. 성령이 하시는 일은 우리로 예수님의 마음을 갖게 하시는 것입니다. 감화하시고 감동하시고, 교통케 하시는 역사가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이 일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큰 사람이 됩니다. 인간적으로 흠이 많고, 낙심하고, 쉽게 죄의 유혹에 넘어지지만,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을 통해, 우리는 나의 연약함을 넘어 더 크신 분 안에 우리가 있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누구도 그 문제의 해결자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자들에게도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성령이 임하시기 전 그들은 문제를 이길 길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문제가 너무 커 보여서 거기에 그만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성령이 임하시자 그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자신이 예수님의 은혜로 거듭난 존재이며, 하나님의 한이 없으신 극진하신 사랑 가운데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성령으로 말미암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을 이길 힘을 얻었습니다. 힘으로, 능으로 되지 않던 일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해결되는 체험, 새길이 열리는 체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많으나, 너희가 지금은 감당하지 못한다하시던 예수님의 말씀은 이제 기억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숨결이신 성령과 더불어 이제는, 우리가 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우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존재(11:38)로 거듭났습니다. 세상이 감당 못 할 담대한 믿음으로 부활하신 주님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이 모든 일이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 시간 성령의 충만함을 구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화하시고 감동하시고, 교통케 하시는 성령님의 역사가 지금 여기에서 저와 여러분의 삶에 임하길 기도합니다. 그래서 우리를 둘러싼 문제들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과 더불어 영광에 이르는 삶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한 주간도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0 신앙인의 앎과 실천 (2020.7.5.) 홍목사 2020.07.06 4
899 주님을 영접하는 삶 (2020.6.28.) 홍목사 2020.06.28 18
898 복음의 길 (2020.6.21.) 홍목사 2020.06.21 15
897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2020.6.14.) 홍목사 2020.06.15 23
896 가라, 내가 함께 하리라 (2020.6.7. 성령강림 후 제1주, 삼위일체주일) 홍목사 2020.06.07 23
» 성령이 하시는 일 (2020.5.31. 성령강림절) 홍목사 2020.06.01 36
894 겸손한 믿음으로 (2020.5.24. 승천주일, 웨슬리회심기념주일) 홍목사 2020.05.25 21
893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2020.5.17. 부활절 제6주) 홍목사 2020.05.18 24
892 예수님을 통하여 (2020.5.10. 부활절 제5주, 어버이주일) 홍목사 2020.05.10 465
891 주님은 나의 목자 (2020.5.3. 부활절 제4주, 어린이주일) 홍목사 2020.05.03 27
890 새로운 피조물들의 공동체 (2020.4.26. 교회창립기념주일) 이계준 2020.04.28 38
889 예수님의 못자국 (2020.4.19.) file 홍목사 2020.04.19 41
888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다 (2020.4.12. 부활주일) file 홍목사 2020.04.12 36
887 예수는 왜 십자가에 죽으셨나? (2020.4.5. 종려주일) file 이계준 2020.04.05 50
886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2020.3.29. 사순절 제5주) file 홍목사 2020.03.29 42
885 중심을 보시는 분 (2020.3.22. 사순절 제4주) file 홍목사 2020.03.22 49
884 생명의 샘물 (2020.3.15. 사순절 제3주) file 홍목사 2020.03.15 59
883 떠나서, 가거라 (2020.3.8. 사순절 제2주) file 홍목사 2020.03.08 68
882 시험을 이기신 예수님 (2020.3.1. 사순절 제1주) file 홍목사 2020.03.01 79
881 주님의 빛나는 얼굴 (2020.2.23. 변화주일, 가정예배) file 홍목사 2020.02.23 9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5 Next
/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