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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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과 구원

 

본문: 시편 23:1-6; 마태복음 22:1-14

설교: 홍정호 목사 (2020.10.11. 성령강림 후 제19)

 

[예수께서 다시 여러 가지 비유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임금이 자기 종들을 보내서, 초대받은 사람들을 잔치에 불러오게 하였는데,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다른 종들을 보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초대받은 사람들에게로 가서, 음식을 다 차리고,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아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잔치에 오시라고 하여라.’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떠나갔다. 한 사람은 자기 밭으로 가고, 한 사람은 장사하러 갔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의 종들을 붙잡아서, 모욕하고 죽였다. 임금은 노해서, 자기 군대를 보내서 그 살인자들을 죽이고, 그들의 도시를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자기 종들에게 말하였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이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 그러니 너희는 네 거리로 나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청해 오너라.’ 종들은 큰길로 나가서,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만나는 대로 다 데려왔다. 그래서 혼인 잔치 자리는 손님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임금이 손님들을 만나러 들어갔다가, 거기에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묻기를, ‘이 사람아, 그대는 혼인 예복을 입지 않았는데,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는가?’ 하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 때에 임금이 종들에게 분부하였다. ‘이 사람의 손발을 묶어서, 바깥 어두운 데로 내던져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부름 받은 사람은 많으나, 뽑힌 사람은 적다.”]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성경강림 후 열 아홉 번째 주일입니다. 맑고 신선한 가을바람이 눅진한 여름의 습기를 가시게 하는 계절입니다. 예년 같지 않은 가을입니다만, 무정하게도, 올해의 가을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아 보입니다. 청명한 가을바람에 눅진함이 가시듯, 세상의 염려와 근심 가운데 눅눅해진 우리 영혼이 예배 가운데 임하시는 성령을 통하여 다시금 펼쳐지는 은혜의 시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마태복음 22장의 혼인 잔치의 비유입니다.

 

2.

 

오늘의 복음은, 성전에서 가르치시던 예수님에 다가와서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는지묻는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 앞에서 하신 말씀의 연속입니다. 예수님께서 대답을 대신해 말씀하신 첫 번째 비유는, 아버지의 포도원에 나가 일할 것을 명령받은 두 아들의 비유였고, 두 번째 비유는, 지난 주일에 함께 나눈 포도원과 소작인의 비유였습니다. 두 비유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사장과 장로, 바리새파 사람들처럼 스스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여기는 사람들, 자신은 특별하다 여기며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신 말씀입니다. 부름 받은 이들이 맡겨주신 바 본분에 충실하지 않을 때, 하나님은 다른 길을 열어 당신의 뜻을 이루신다는 예수님의 경고의 말씀입니다.

 

두 아들의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경건한 그들이 멸시하는 세리와 창녀들이 오히려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간다.”(21:31c)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통해서는 하나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나님의 나라를 빼앗아서, 그 나라의 열매를 맺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21:43) 말씀하셨습니다. 대제사장이든, 백성의 장로든, 바리새파에 속한 사람이든, 그 어떤 옷을 입고 사는 사람이든, 하나님은 한결같은 눈으로 보시며 구원을 베푸시는 분입니다. 대제사장과 같은 성직에 있다고 해서 구원의 보증수표를 받은 것은 아니며, 세리와 같은 멸시받는 자리에 있다고 해서 구원의 길에서 배제된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는 분이시며, 그 마음의 중심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지금 하나님의 구원의 길 위에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오늘의 본문인 혼인 잔치의 비유역시 예수님께서 성전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 앞에서 말씀하신 앞선 두 비유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비유의 무대는 혼인잔치입니다. 어떤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열었습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오래 전부터 혼인 잔치를 구원의 때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해 왔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때가 바로 혼인잔치라는 상징에 담긴 의미입니다. 임금은 하나님을, 임금의 아들은,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그러니까 이 비유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한 구원을 사람들에게 알리시고 그들을 구원의 자리에 초대하셨다는 데 있습니다. 임금은 먼저 초대받은 이들에게 종들을 보냅니다. 그는 종들에게 이르기를, ‘초대받은 사람들에게로 가서, 음식을 다 차리고,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아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어서 잔치에 오시라고 하여라하며 그의 뜻을 전하라 명했습니다.

 

임금은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먼저 종들을 보냈습니다. ‘초대받은 사람들이란 누구일까요? 율법이 약속한 언약의 백성들입니다. 아브라함의 자손들, 하나님께서 축복을 약속하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자손들입니다. 율법의 뜻을 계승하며 경건한 삶을 살아온 아브라함의 자손들에게 하나님은 이방인들에 앞서 구원의 초대장을 보내셨습니다. 이방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들에게 특혜를 주신 것입니다. 마태복음 1521절 이하에 보면, 예수님도 딸의 치유를 간청하던 가나안 여인을 향해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의 길을 잃은 양들에게 보내심을 받았을 따름이다.”(21:24) 말씀하시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우선권을 인정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물론 이 역시 선민의식에 물든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시기 위한 말씀이었습니다만, 당대의 시각에서 보면, 아브라함의 자손들에게 우선권이 부여되는 것은, 특혜라기보다는 언약의 이행이라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비유 속 임금은, 자신의 종들을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먼저 보냈습니다.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임금의 초대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떠나갔습니다. 한 사람은 자기 밭으로 가고, 한 사람은 장사하러 갔습니다. 심지어 임금의 종들을 붙잡아서, 모욕하고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한 마디로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임금이 보낸 종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임금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당연히 아들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임금의 아들이 결혼을 하든 말든,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구원의 잔치를 마련하시든 말든,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대제사장과 장로와 바리새파에 속한 사람으로서 이미 경건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구원의 길이 다른 데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임금의 초대를 무시하고, 자꾸 귀찮게 구는 종들을 잡아다가 모욕하고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3.

 

만약 여러분들이 이 비유 속 등장하는 초대받은 사람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교회에 있으면, 비슷한 초대를 종종 받습니다. 주로 이단들로부터 받습니다. 어떤 이단은 이 혼인 잔치의 비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먼저 깨어나야 한다며, 제 관점에서는 유치하기 짝이 없고, 듣기에 민망한 교리들을 진리의 말씀이라며 열심히 설파하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되도록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려고 합니다. 안쓰러운 마음도 있고, 다툰다고 될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부정적인 태도로 대한다면, 그들은 의를 위한 핍박이라고 여기면서 자기 확신에 더 깊이 매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좋은 점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좋은 점이라면 이렇습니다. 비록 방향은 180도로 잘못되었지만, 그들의 충성심과 열정만큼은 인정합니다. 좋은 인도자를 만났다면, 좋은 신자가 될 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방향이 잘못되어 모든 것이 잘못되었을 뿐 그들은 충성스러운 이들입니다. 수고하는 게 안쓰러워 시원한 음료수를 대접하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 가운데 어떤 분은 제가 음료수를 대접한 걸 기억하고, 호의적이라 판단했는지 다시 전화해서 더 깊은 접근을 시도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거기까지입니다. 교회를 찾은 손님에게 제 할 일을 했을 뿐, 적어도 그들의 논리에 설득될 여지는 조금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자랑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말씀드립니다. 감리교회에서 자라 감리교회 목사가 되었고, 신학박사에 신학교수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 전공이 선교학입니다. 허술한 이단 전도지 한 장 들고 와서 단숨에 저를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감리교회 장로님인데, 권사님인데, 집사님인데, 그런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겠습니까? 하물며, 대제사장이, 백성들의 세움 받은 장로가, 바리새파의 전통에 속한 경건한 이들이,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임금이 초대했다고 해서, 즉각 응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상황은 다릅니다만, 오늘 본문 속 등장하는 초대받은 사람들의 굳은 태도는, 스스로를 정통신자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요? 정통신앙이 문제인가요? 아닙니다. 정통신자라고 자부하면서도, 말씀에 담긴 뜻을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제사장이 되고, 백성들의 장로가 되고, 바리새파 사람으로 경건한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요? 그들의 직분이 문제라서 직분을 없애야 합니까? 아닙니다. 직분이 문제가 아니라, 부름받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본질을 저버린 채 껍질에 쌓여 살아가는 허위의식이 진짜 문제입니다. 하나님의 부름받은 자로서의 사명,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이루며 살지 못한다면, ’정통신앙이라는 교리의 틀도, ’정통신자라는 자의식도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비유는 이러한 핵심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4.

 

먼저 초대받은 자들이 초대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청장은 이제 네 거리에 나와 있는 모두에게 전해졌습니다. 임금은 종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네 거리로 나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청해 오너라”(22:9) 했습니다. 그래서 종들은, “큰길로 나가서,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만나는 대로 다 데려왔다했습니다. 이제 임금의 혼인 잔치는, 처음 초청받은 경건한 사람들이 아닌, “아무나에 해당되는 손님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축복의 언약을 계승하는 선택된 민족이 아닌, 모든 열방, 모든 민족 가운데 하나님의 구원의 잔치가 펼쳐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반전이 일어납니다. “아무나초대를 해서 거리의 손님들로 잔치 자리를 가득 채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임금이 갑자기 한 사람에게 왜 혼인 예복을 입지 않았는지를 물으며, 그를 벌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청해 오너라해서 데려왔는데, 갑자기 그대는 혼인 예복을 입지 않았는데,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는가?” 추궁하며, 그를 벌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합니다.

 

감리교회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경건한 사람에게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나 동일하게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일컬어, ’선행은총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기 이전에, 이미 우리 가운데에는 하나님의 은총이 먼저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행은총만으로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원은 선행하시는 은총에 응답하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며, 구원을 선물로 받은 이들은, 이 구원의 완성을 위한 성화와 완전의 길에 나서야 하는 합니다. 오늘 비유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아무나 손님이 되어,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의 자리에 초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는 구원에 이르지 못합니다. ’예복을 입어야 합니다. 이 예복이 무엇인가요? 선행하시는 은총에 응답하는 믿음입니다. 자격없는 이를 부르셔서 축복의 자녀로 삼으시는 은총에 믿음으로 응답하는 것, 그것이 예복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악한 자나 선한 자나 동일한 은총을 부어주시는 분이시니,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도 하나님께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구원의 확신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겸손한 믿음으로 하나님께 받은바 구원을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오늘 비유의 말씀은, “부름 받은 사람은 많으나, 뽑힌 사람은 적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으로 마칩니다. 아브라함의 자손들은 먼저 초대받았으나, 복음의 소식을 무시하고, 예수님을 통한 구원의 잔치에 참여하기를 거절했습니다. 예수님에 앞서 보내신 예언자들의 외침을 멸시했듯 그들은, 예수님을 보내신 하나님의 뜻에도 같은 반응으로 보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초대되었습니다. 그들은 임금의 아들 혼인잔치에 자신이 초대되었다는 데 기쁨과 감격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는 예복이 준비되지 않은 이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에 믿음과 행위로 응답하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뽑힌 사람은 누구일까요? 임금의 부름에 응답해 예복을 준비한 이들입니다. 우리를 불러주신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며, 신실한 믿음과 행동으로 은총에 응답한 이들입니다.

 

5.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대제사장이든, 장로든, 바리새파사람이든, 심지어 악한 자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은총의 빛을 누리지 못하는 이는 없다는 복음을 전해주셨습니다. 우리가 걸친 옷이 곧 우리 자신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 성의를 걸치고 있습니다만, 이 성의가 저의 구원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떤 옷을 걸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옷에 감춰진 중심이 그분을 향해 있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모든 이에게 선행하는 은총이 임한다고 해서, 모두가 부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원은, 은총에 응답하는 이, 신실한 믿음과 실천으로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이에게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이 비유의 말씀을 기억하시면서, 한 주간도 은총에 응답하는 삶을 향하여, 우리 앞에 펼쳐진 하나님의 은총에 믿음으로 응답하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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