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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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본문: 이사야 52:7-10; 요한복음 1:1-14

설교: 홍정호 목사 (2020.12.25. 성탄절)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그는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으니, 그가 없이 창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창조된 것은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 사람은 그 빛을 증언하러 왔으니, 자기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참 빛이 있었다. 그 빛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 그는 세상에 계셨다. 세상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가 자기 땅에 오셨으나, 그의 백성은 그를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이들은 혈통에서나, 육정에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하나님에게서 났다.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 아침입니다. 교회마다 환히 불을 밝히고 성탄을 축하하는 찬양 소리가 울려 퍼져야 할 때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교회들의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성탄절이야말로 나 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기독교 정신의 근본을 떠올리는 날입니다. 높으신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시어 사람의 몸으로 이 땅 낮은 곳에 임하셨듯이, 우리도 성육신의 사랑을 본받아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며 살겠노라 다짐을 되새깁니다.

 

성탄절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이들은 어린이들입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때문이겠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성탄절은 선물을 받는 날이고, 뜻밖의 선물을 받는 기쁨을 누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성탄절은 어른들에게도 기쁜 날입니다. 선물을 주는 기쁨, 선물로 인해 어린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기뻐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선물을 받은 것은 어린아이지만, 기뻐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며 더 기뻐지는 날이 어른들의 성탄절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의 기쁨을 당신의 기쁨으로 삼으신 하나님의 마음을 작게나마 체험해 보는 날입니다. 어린이의 기쁨은 받는 기쁨이지만, 어른의 기쁨은 주는 기쁨입니다. 함께 나누는 기쁨입니다. 받는 이나 주는 이가 한마음이 되어 함께 기뻐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되새기는 것이 성탄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겠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받는 기쁨과 주는 기쁨을 모두 누리게 하셨습니다.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통해 받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을 선물로 받았고, 그분 안에서 어린아이 같은 기쁨을 누립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주는 기쁨도 알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본받아 주는 기쁨, 함께 나누는 기쁨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나님께 값없이 받은 사랑을 이웃과 값없이 나눌 때 더욱 풍성해지는 은혜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어느 때보다 위축된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만,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우리 가운데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2.

 

요한은 예수님이 참 빛이시라고 말합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말합니다. 어둠은 실재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둠은 단지 빛이 없는 상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빛을 밝히면 어둠은 사라집니다. 아무리 작은 불빛이라 할지라도, 그 빛에는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힘이 있습니다. 요한은 바로 예수님께서 그 빛이시라고 했습니다. 빛 되신 예수님이 그 빛을 밝히고 계신 곳에는 어둠이 사라집니다. 아무리 짙은 어둠이라 하더라도, 도무지 밝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빛이신 예수님은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밝히시는 분입니다.

 

요한은 그 빛이 어둠 속에서’(ἐν τσκοτίᾳ)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구절을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in the darkness’로 번역해 놓았고, 우리말 새번역 성경은 어둠 속에서 비치니로 잘 번역했습니다. 어둠 속에비춘다와 어둠 속에서비춘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빛을 어둠 속에비춘다, ‘on the darkness’라고 하면, 나는 지금 그 어둠 속에 있지 않지만, 그 어둠 위에다 비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마치 항구의 등대가 캄캄한 밤바다 위를 비추듯, 어둠 속에비치는 빛은 어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는 빛입니다.

 

그런데, 오늘 요한의 표현대로 어둠 속에서비춘다고 하면 어떤 의미가 됩니까? 지금 그 빛이신 분이 어둠 한 가운데에 함께 계시고, 그 어둠 안에서빛을 비추고 계신다는 의미가 됩니다. 요한이 그 빛이 어둠 속에서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고 했을 때는, 예수님이 우리와 동떨어진 먼 곳에서 빛을 비추고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곳에서, 우리 안에서 빛을 밝히시는 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빛이신 예수님은, 우리 속에서어둠을 몰아내시고, 참 빛을 비추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리의 어둠 속에서빛이 되시는 분, 우리의 어둠을 밝힐 희망이 되시는 분이 여기 초라한 마구간에, 그것도 가장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계실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구원하실 메시아는,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 가장 위엄 있는 왕의 모습으로 오실 분이지, 지금 여기 마구간에 계신 아기 예수님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다고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원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연약한 이들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것이 복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들 속에 감춰진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고, 그를 귀하게 영접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허락하셨습니다. 약자들을 천대하고, 가난한 이들을 멸시하는 이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약한 이들과 함께, 그들이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어둠의 현실 속에서빛을 비추시는 그분을 영접하고, 그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야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누립니다. 성탄절은 우리에게 이 사실을, 존귀하신 주님께서 가장 낮은 곳에 임하셔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 안에 희망의 빛을 비추셨음을 기억하며, 기뻐하는 날입니다.

 

3.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성탄절 아침에 우리는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는 요한이 전하는 복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삶 속에서우리의 어두움을 밝히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약함을 아시는 분이시요, 우리 곁에서 우리와 더불어 빛을 밝히시는 분입니다. 주님께서 세상의 어둠 속에서그 빛을 밝히셨듯, 우리도 우리 자신과 주변의 어둠을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어둠 속에서함께 희망이 빛이 되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선물로 받은 자로서, 우리도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는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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