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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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살아가는 삶

 

본문: 전도서 3:1-14

설교: 홍정호 목사 (2020.12.31. 송구영신예배)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다.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삼갈 때가 있다. 찾아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말하지 않을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사람이 애쓴다고 해서, 이런 일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겠는가? 이제 보니,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수고하라고 지우신 짐이다. 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다. 이제 나는 알았다.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언제나 한결같다. 거기에다가는 보탤 수도 없고 뺄 수도 없다. 하나님이 이렇게 하시니 사람은 그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에 함께 하시길 빕니다. 2020년의 마지막 날에, 마지막 하루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에 여러분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대림절을 지나 성탄주간을 보내며, 교회력은 이미 새로운 한 해의 신앙순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을 보내는 지금 이 시간만큼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은총으로 맞이하는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 어려움 가운데 한 해를 버티듯이 살아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가 사회경제적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며, 이 지구적 사건이 일으키는 충격과 변화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거시적 관점의 변화보다, 생활에서 체감되는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한 해의 마지막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지난 시간을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우리 교우 여러분들이 각 가정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아끼는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 해를 함께 해 주신 것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교우 여러분 모두가 든든히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같은 마음으로 한 해를 지나왔기에 올 한해도 은혜 가운데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오늘 송구영신 예배에서 나눌 교회력의 말씀은, 전도서 3장의 말씀입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하는 전도자의 말로 시작하는, 전도서에서도 널리 알려진 말씀입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전도서의 말씀을 새기면서 저는 덕분에 살아가는 삶이라는 말씀의 제목을 떠올렸습니다. 오늘 말씀은, 사실 제목이 전부입니다. 우리 인생은 덕분에 살아가는 삶입니다.

 

부모님 덕분에 태어나서, 먹고, 자고, 입고, 자랐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배워서, 더 넓은 세상을 깨닫고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들 덕분에 교제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덕분에, 자녀들 덕분에, 형제자매들 덕분에, 그리고 주님 안에서 한 몸이 된 여러분 덕분에 오늘 저와 여러분이 한 해를 보내고, 새날을 맞이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덕분에라는 말만큼 우리의 지나온 시간을 잘 설명해 주는 낱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받으며 오늘에 이르렀고, “덕분에 살아가는 살이라는 데 있어 예외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덕분에라는 감사의 말은, 뒤집어 말하면, “때문에라는 탓하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 덕분에 살아왔지만, 부모님 때문에 이것 밖에 못됐다고 말하는 나쁜 말도 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배우고 알게 되었지만, 선생님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자녀, 친구, 형제자매는 어떻습니까? 덕분에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을 때 우리는 때문에라고 탓하면서, 불평과 원망에 사로잡혀, 우리 인생이 하나님의 둘도 없는 선물임을 보지 못하고, 우리를 돕기 위해 보내주신 주변 사람들도 보지 못하고, 미워하고, 다투면서, 빛을 잃어버린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올 한해를 살아오면서, “덕분에 살아가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때문에하면서 원망하고 불평했던 일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새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불현듯이 저의 옛 친구 한 명이 떠오릅니다. 아버님이 작은 교회의 목사님이셨습니다. 그 친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났습니다만, 그 자리를 잊지 못합니다. 친구 어머니께서 감자국 한 그릇과 김치와 밥이 전부인 아주 소박하고 밥상을 차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밥상에 친구의 다섯 식구와 제가 둘러앉았습니다. 그 가난하고 소박한 밥상을 앞에 두고, 제 친구의 아버지 목사님께서 얼마나 깊고도 진실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는지, 간절함과 진실함이 그대로 전달되던 그날 그 목사님의 밥상 기도를 저는 마치 예수님의 감사기도를 곁에서 들었던 것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장 작은 것을 두고서도, 가장 큰 감사를 드리는 삶이야말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분을 높이는 삶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마음으로 감사드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하나님께 축복을 받은 사람이요, 앞으로도 넘치는 복을 받을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3.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올해 어떤 일로 하나님께 감사드리시겠습니까? 여러분은 덕분에살아온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시간을 맞이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때문에라고 탓하는 불평과 원망을 안고 이 시간을 맞이하고 계십니까? 가장 작은 것을 두고서도, 가장 큰 감사를 드리는 삶이야말로,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삶임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은혜에 더 큰 감사로 영광 돌리는 이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뜻하지 않은 고난이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를 든든히 감싸 안고 계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며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의 잔을 은총으로 넘치도록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한 해를 보내고 새날을 맞이하는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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