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주일설교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 안에서

 

본문: 시편 147:12-20; 로마서 8:26-30

설교: 홍정호 목사 (2021.1.3. 성탄 후 제2, 신년주일)

 

[이와 같이, 성령께서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아십니다. 성령께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성도를 대신하여 간구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신 사람들을 택하셔서, 자기 아들의 형상과 같은 모습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으니, 이것은 그 아들이 많은 형제 가운데서 맏아들이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이미 정하신 사람들을 부르시고, 또한 부르신 사람들을 의롭게 하시고, 의롭게 하신 사람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습니다.]

 

1.

 

새해 첫 주일 아침에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보내고, 새로운 한 해의 첫 번째 주일, 새아침을 하나님께 선물로 받았습니다. 작년 신년주일에 함께 예배드릴 때만 해도,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이렇게 큰 변화를 불러오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2월부터 가정예배로 전환하고, 영상예배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설마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될까 싶었지만, 어느덧 해를 넘겨 신년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올 한 해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어떤 변화들과 마주하게 될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로 오늘 신년주일을 맞이합니다.

 

삶이 예측불가능하고, 곳곳에 예상치 못한 위험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요, ‘지금은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때때로 돌이키는 이 신비에 놀랍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내가 어떻게 이렇게 걷고 있지?’ ‘내가 어떻게 이 사람들과 함께 있지?’ 그리고 심지어 내가 어떻게 목사로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 때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얼마나 거듭되어야 이런 조화(調和)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 생각하면, 아찔해 지기까지 합니다. 만들어내려야 만들어낼 수가 없는 일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이며, 내가 했지만, 결코 내가 하지 않은 역설이 펼쳐지는 장소가 오늘 저와 여러분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2.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일을 해내려는 의지와 계획, 노력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계획한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필요가 있고, 누구에게나 그래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신년주일에는 대부분의 분들이 올 한 해의 바람과 다짐을 어떤 분들은 선명하게, 또 어떤 분들은 흐릿하게나마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16:9) 하는 말씀입니다. 의지와 계획, 노력과 실천,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하나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결국 그 일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는 믿음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지하수를 퍼 올리는 펌프질 해 보신 분들이 계시지요? 땅 속 깊은 데 있는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해 펌프질을 할 때 그 위에 붓는 한 그릇의 물을 마중물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 펌프질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 느낌을 압니다.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을 하면, 위아래로 헐겁게 몇 번 펌프질이 되다가, 어느 순간 탁 걸리는 뻑뻑한 느낌이 손에 전달될 때가옵니다. 그 순간이 오면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수가 콸콸 쏟아져 나옵니다. 마중물은, 한 그릇의 물에 지나지 않지만,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 마중물 한 그릇이 들어가면,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물이 땅 밑에서 올라옵니다.

 

믿음의 역할이란, 이 마중물과 같습니다. 작은 믿음이지만,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큰일을 이뤄내고, 그 일에 촉매제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예수님은,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고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가라!’ 하면 그대로 될 것이요, 너희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17:20) 말씀하셨습니다. 겨자씨 한 알은, 한 그릇의 마중물과도 비교할 수 없이 작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숨결에도 날아갈 만큼 가볍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산을 옮기는 데 필요한 믿음의 최소 분량이 바로 이만큼,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주일 예배에 참여해서 말씀을 듣고 있는 여러분은, 모르긴 몰라도, 이 겨자씨 한 알의 무게보다는 다 크고 무거운 믿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참여하고 계신 게 아니겠습니까?

 

마중물 한 그릇이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산을 옮깁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하신 말씀을 기억하면서, 믿음으로 주님과 동행하는 올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믿는 사람은 낙심하지 않습니다. 나는 약하지만, 하나님이 강하시고, 나는 보잘 것 없지만, 하나님이 크신 분이시기에, 그분을 믿는 믿음 안에서 낙심을 이깁니다. 희망을 갖습니다. 감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믿음으로 사는 사람이 길이요, 그가 받는 축복입니다.

 

3.

 

바울은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고전 15:10a)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그의 남다른 수고와 헌신에 대한 사람들의 칭찬 앞에서도 이렇게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고전 15:10c)라고 고백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은혜로 된 것임을 고백하고, 범사에 그분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것이 바울이 숱한 고난과 역경 가운데에서도 위대한 복음의 사도로 일평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그런 바울이 로마에 있는 교인들을 향해 말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룹니다.”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믿음만큼, 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말씀이 있을까요? 지금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이 일이 언제 끝이 날지, 언제쯤이면 이 터널을 지나 밝은 곳에 이르게 될지 막막한 심정에 낙심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지금 고난을 겪는 그 자리에서 눈을 들어 하나님의 은총을 바라보도록 우리의 시선을 하나님께로 돌립니다. 피하고 싶었던 이 일들, 마다하고 싶었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 사건들, 관계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시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그분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사람의 관점입니다. 인간적인 관계들에 충실하지만, 개개인의 사사로운 관계들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바로세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옵니까?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 우리를 당신의 선하신 뜻 가운데로 인도하시는 그분에 대한 깊은 믿음에서 옵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의 뜻 가운데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삶을 긍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기 때문에 더욱 능동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욱 주체적으로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합력하여 그분의 선하신 뜻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난 한 해도, 우리는 주님의 크신 은총 가운데 하루하루를 지나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한 해를 시작하는 첫 주일에, 우리는 인생의 창조자가 되시고 주관자가 되시고 하나님의 뜻 가운데 우리를 맡깁니다. 그분을 우리 인생의 주관자로 인정하며, 우리를 맡기고, 믿음으로 살아가기를 결단합니다. 한 줌의 마중물이 땅속 깊은 곳에서 맑을 물을 끌어올리고, 겨자씨처럼 작은 믿음이 산을 옮긴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올 한해 어떤 일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할지라도, 믿음의 마중물이 되어 담대하게 맞서 나가기를 바랍니다. 겨자씨만한 믿음도 귀하게 보시는 주님을 믿는 믿음으로, 주님과 동행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올 한 해를 마치는 송구영신 예배에서, 하나님께 더 큰 감사와 찬송을 올려드리는 저와 여러분의 한 해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에 한 주간도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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