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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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에 은혜를 더하여

 

본문: 시편 147:12-20; 요한복음 1:10-18

설교: 홍정호 목사 (2022.1.2. 성탄 후 제2, 신년주일)

 

[그는 세상에 계셨다. 세상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가 자기 땅에 오셨으나, 그의 백성은 그를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이들은 혈통에서나, 육정에서나, 사람의 뜻에서 나지 아니하고, 하나님에게서 났다.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요한은 그에 대하여 증언하여 외쳤다. “이분이 내가 말씀드린 바로 그분입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이분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그분은 사실 나보다 먼저 계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의 충만함에서 선물을 받되,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 받았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받았고,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겨났다. 일찍이, 하나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의 품속에 계신 외아들이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알려주셨다.]

 

1.

 

새해 첫 주일 아침에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충만하시길 빕니다. 계속된 코로나로 인해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마음으로 2021년 한 해를 보냈습니다. 새해에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의 좋은 소식이 들립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코로나 터널을 빠져 나가면,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교회 역시, 코로나 이전의 질서들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옵니다.

 

우리 교회도 올해 교회창립 40주년이라는 뜻깊은 한 해를 맞이합니다. 한국개신교회를 연구하는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의 말에 따르면, 7,80년대에는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십자가만 꽂으면 사람들이 몰려오는시기였다, 말합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양적 성장이 멈추기 시작하더니, 2천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교인수가 감소해 2005년 인구센서스에서는 최초로 개신교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합니다. 정재영 교수의 말에 따르면, 오늘날의 교회는 이전처럼 십자가를 세우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대가 아닐뿐더러, 교회를 세워도 3년을 유지하기 어렵고, 1년 만에 문을 닫는 교회가 수천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한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에 천주교 신부님과 불교 스님과 개신교 목사님, 원불교 교무님이 나와서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천주교는 대기업 직영점, 불교는 프랜차이즈, 개신교는 자영업, 원불교는 스타트업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셨는데, 그 말씀이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경쟁적인 시장 상황 속에서 탈권위적이고 탈중앙집권적인 개방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신교 종교개혁의 전통은 개교회 이기주의로 변질되었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많은 교회들이 존립을 위협받으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뼈아픈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교회가 40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한국교회의 상황이 이만큼 변했습니다. 코로나 터널을 빠져나오면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교회 역시 신앙적 쇄신과 더불어 제도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교회로 부름 받은 담임목회자로서 교회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를 이러한 변화와 쇄신의 첫 걸음으로 삼고자 오래 기도하며 준비해 왔습니다. 새롭게 세워지는 교회의 직분자들, 교회 제도의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말씀과 생활이 하나가 되는 교회력과 성서일과중심의 신앙 쇄신을 통해 다가오는 50년 주년을 준비하고, 이 교회를 백년 가는 하나님의 교회로 우뚝 세우는 일에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목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모든 교우가 마음을 합하여 함께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2.

 

지난 주 새롭게 직분 추천을 받은 분들에게 이메일을 드리면서, 소명에 대한 말씀을 짧게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당신의 일을 함께 하자고 부르실 때는 세 가지가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부르심이요, 둘째는, 교회/공동체의 선택이요, 셋째는 나의 응답입니다. 이 세 가지가 일치를 이루어야 하나님께서 주시는 소명은 나의 일이 되고, 교회/공동체의 소명이 됩니다. 메일을 받은 교우들 가운데는 부족한 자에게 교회의 귀한 직분을 맡겨 주셔서 감사하다는 겸손한 인사를 전해오신 분들도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현재 처해 있는 형편상 직분을 맡기 어렵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전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메일을 드리면서, 직분 수락이든 거절이든, 그 어떤 응답도 주님의 선하신 뜻으로 받들어 섬기겠노라, 말씀을 드렸습니다. 직분은 교회의 강요에 의해서 마지못해 수락하거나, 혹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교만한 마음으로 맡아서는 안 되는 거룩한 소명입니다. 직분 수락은, 주님께서 나를 당신의 선한 일을 위해 불러주신 데 대한 감사의 응답이 되어야 하며, 교회를 통해 주님의 일에 더욱 충성하기 위한 겸손한 다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교회의 직분만이 주님의 일인 것은 아닙니다. 개신교의 전통은 교회의 직분 못지않게 세상의 직업도 하나님의 일을 위한 귀한 소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세상의 직업에 임하고 있다면, 그 일 또한 하나님의 부르심과 공동체의 선택, 그리고 나의 응답이 일치된 결과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그 직업을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받들어, “주님께 하듯충실히 그 일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일이 교회의 직분 못지않게 귀한, 주님 주신 소명이 된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말씀일 수 있지만, 당시 이것은 종교 개혁가들의 혁명적인 의식의 대전환이라 말할 만한 놀라운 주장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교회라는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 수행하는 일만 성스러운 일이요, 주님의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 교회는 세상의 직업 또한 주님의 일이라는 사실에 눈 뜨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개신교회 만인사제직의 신학적 기반입니다.

 

그렇다 해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세상의 직업도 소명이라 하여 교회의 직분을 소홀히 여기거나, 교회의 직분을 마치 세상의 계급처럼 생각해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나중에 신천임원 교육을 통해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릴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태도는 하나의 거룩한 사도적 보편교회을 지향하는 그리스도 교회의 정신에서 어긋난 것입니다. 교회의 직분이나 세상의 직업이나, 그 모든 일을 통해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시며, 지금 우리에게 허락된 일들을 주님을 대하듯하라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소명을 감당하는 일은,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죄인 된 우리를 불러 구원하여 주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그런 은혜에 더하여, 당신의 일을 함께 하자고, 당신의 일을 위해 내가 필요하다고 나를 부르고 계시다는 것이 또한 은혜입니다. 주님의 일은, 이렇듯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되는 일이지, 내가 필요하다고 해서 하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맡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받들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공동체의 선택, 그리고 나의 응답이 하나 될 때 우리는 교회의 직분을 통하여, 그리고 세상에서의 직업을 통하여 주님의 선하신 뜻을 세상 가운데 펼치는 일꾼으로 세워질 수 있습니다.

 

교회의 직분과 소명으로서의 직업, 이 둘을 함께 감당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귀한 일은 없다,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맡겨주신 일을 주님의 일로 받들어 그 일을 통해 보람의 결실을 맺고, 또한 교회로 불러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목회자를 도와 교회의 직분에 충성할 때, 우리는 개신교 정신이 지향하는 훌륭한 신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믿습니다. 저는, 우리 신반포교회가 40주년 이후에도 이런 바른 지향을 가지고 성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며,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주님의 일을 하는 귀한 교회와 신자들로 굳게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3.

 

요한은, 빛이신 주님께서 세상에 오셨지만, 세상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가 자기 땅에 오셨으나, 그의 백성이 그를 맞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빛이 있어도, 눈을 감으면 어둠입니다. 환한 햇빛이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어도, 빛을 가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캄캄한 어둠뿐입니다. 눈을 떠야 합니다. 은총을 향해 질끈 감은 눈을 뜨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은혜에 은혜를 더한 하나님 사랑의 선물이라는 신비에 눈을 떠야 합니다. 요한은,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말씀합니다. 눈을 떠 빛을 받아들인 사람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새빛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이란 무엇일까요? 생사화복의 일상사에서 나만 예외가 되는 면제권을 말할까요? 삿된 욕망으로 가득 찬 기도라도 그것이 기도라는 해서 분별없이 다 들어주시는 것이 하나님 자녀의 특권입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은, “은혜에 은혜를 더하는삶으로의 초대입니다. 어떤 일을 만나도 감사하고, 누구를 만나도 주님의 선하신 뜻 가운데 이루어진 만남이라 고백하는 사람이 은혜에 은혜를 더하는삶으로 초대된, 하나님의 자녀의 특권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이런 사람을 당할 수 있겠습니까? 내 계획대로 잘 되는 것만 은혜가 아니고, 뜻대로 잘 안 되는 것도 하나님 은혜라고 고백하는 사람, 자신을 돕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 길을 가로막고, 심지어 해를 입히려는 사람까지도 주님의 뜻 가운데 만난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그 사람을 세상이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은혜에 은혜를 더하는삶으로 초대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이들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요한은, “우리는 모두 그의 충만함에서 선물을 받되,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 받았다고백합니다. 우리를 죄에서 돌이켜 구원받은 삶으로 불러주신 것이 은혜요, 당신의 일을 함께 하자고 부족한 우리를 불러 교회의 직분자로 세우시고, 세상에서 직업을 소명으로 주신 것이 은혜입니다. 이 모든 일이 은혜에 은혜를 더하시는하나님의 가없으신 사랑의 선물입니다.

 

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새해 첫 주일에 여러분은 어떤 신앙의 다짐을 안고 이 자리를 떠나시겠습니까? 바라기는, 저와 여러분 모두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받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온전한 참사랑이신 하나님 사랑을 우리의 맘과 영에 부어 주시어 그 사랑으로 충만케 하시고, 햇빛과 같은 주님의 빛을 비추사 차가운 우리의 마음을 녹여 뜨겁게 하시며, 그 사랑 안에서 인생의 풍파가 그치며, 어두운 밤이 환하게 되는 은혜에 은혜를 더하는신앙의 기쁨이,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 모든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충만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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