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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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믿음으로

 

본문: 시편 9:9-20; 마가복음 4:35-41

설교: 홍정호 목사 (2021.6.20. 성령강림 후 제4)

 

[그 날 저녁이 되었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 그래서 그들은 무리를 남겨 두고,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함께 따라갔다. 그런데 거센 바람이 일어나서,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오므로, 물이 배에 벌써 가득 찼다.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를 깨우며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고, 바다더러 고요하고, 잠잠하여라하고 말씀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고요해졌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왜들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그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서로 말하였다.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바다까지도 그에게 복종하는가?”]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성령강림 후 네 번째 주일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풍랑을 잔잔하게 하시는 예수님, 두려움을 없는 믿음으로 인생의 바다를 건너가는 삶에 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바닷가에 모인 이들에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열매를 맺기 원한다면 좋은 땅을 골라 씨앗을 뿌려야 하고, 또한 자기 자신을 좋은 씨앗이 자라 열매 맺을 수 있는 좋은 땅으로 만들고자 힘써야 합니다. 지난주에는, 씨를 뿌린 사람이라면, 의심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열매 맺을 것을 믿어야 한다는 말씀을 나눴습니다. “밤낮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4:27)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가지고, 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은 결실을 맺을 줄 믿고, 주님께서 친히 맡겨주신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 사역 이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2.

 

그 날 저녁이 되었을 때에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저녁이라는 시간과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저녁은 저무는 시간입니다. 저녁은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다가 올 시간을 희망으로 준비하는 때가 아닙니다. 활기로 가득 찬 오후의 열정도 점차 식어 다가 올 밤의 고요와 침묵을 낯설게 맞이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인생으로 비유하면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바로 저녁입니다. 이때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도전과 열정, 변화와 희망을 꿈꾸기보다는 지나간 시간에 기대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저녁을 맞이한 사람들의 일상적 풍경이라 하겠습니다.

 

저녁을 맞은 예수님 제자들의 하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종일 동행하며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분주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예수님이 가시는 곳에는 늘 많은 이들이 모였기 때문에 제자들은 하루 종일 여러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저러한 다채로운 일들을 경험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도 저녁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활기로 가득했던 오후의 열기를 뒤로 한 채 고요함과 침묵 속에서 성찰과 다짐이 교차하는 밤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저녁이 되었을 때 제자들에게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저녁을 맞이한 제자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도전과 의미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을 하신 것입니다.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 저는 지금껏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이 본문을 셀 수 없이 많이 읽었고, 다른 초점을 가지고 설교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런데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그분의 생생한 음성이 되어서, 오늘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다가오는 체험은 처음입니다. 말씀의 힘이자 신비입니다. “홍 목사, 정호야, 바다 저 쪽으로 건너가자.” 예수님의 음성이 울림이 되어 저를 온통 사로잡습니다.

 

저녁을 맞이한 제자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바다를 건너 간 제자들에게 놀라운 일이 펼쳐집니다. 예수님께서 귀신 들린 사람에게서 악령을 내어 쫓고, 그 악령들이 이천 마리 돼지 떼에 들어가 바다에 빠져 죽는 놀라운 일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씨 뿌리는 사람 비유 말씀을 들은 것으로 오늘 하루가 끝났다 생각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 바다를 건너, 배에서 내리신 예수님은, 오늘 있었던 그 어떤 일보다도 역동적이고, 어쩌면 충격적이라고 해야 할 이적을 펼쳐 보이셨습니다.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하신 예수님의 뜻이 여기에 있습니다.

 

3.

 

그런데 거라사 지방에 도착하시기 전에, 그러니까 갈릴리 서편에서 동편 거라사 지방으로 건너가실 때 바다 위에서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본문이 전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이 바다 저편으로 건너가자하셔서, 제자들은 순종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바람이 일어나고,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와 배에 물이 가득 차, 곧 뒤집힐 것 같은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죽을까, 여기서 망할까, 당황한 제자들은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깨웠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죽기는 누가 죽습니까? 망하기는 왜 망합니까? 예수님께서 가자고 하셔서 나선 길인데, 죽기는 누가 죽고, 망하기는 왜 망합니까? 그런데 제자들은 잊었습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말씀하셔서 이 갈릴리 바다를 건너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가자고 하신 예수님 말씀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눈앞에 풍랑과 들이치는 물에 정신이 나가서, 죽게 되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누가 있습니까? 지금 제자들 중에 본질에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본질이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가자고 하셔서 그분을 모시고 나선 길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이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하셔서 길을 나섰으면, 예수님 말씀을 믿고 가는 겁니다. 조건, 환경 따지지 말고, 남 탓하지 말고, 예수님 말씀만 의지하여 믿음으로 바다를 건너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본질입니다.

 

사람 중에도 말이 곧 신용인 분들이 있습니다. ‘저 사람은 한번 말한 건 꼭 지키는 사람이야하는 믿음을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날 믿어주세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믿고 따릅니다. 그 사람 말이 곧 신용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한 사람도 그런 사람 말은 믿는데, 하나님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면, 누구 말을 믿을까요? ‘나는 아무도 안 믿어’, ‘나는 나만 믿어하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의심하고, 매사에 조심하면서,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뤄낸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이런 생활철학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정말 큰 사람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협력하는 믿음이 바탕이 되어 성장한 사람입니다. 아무도 안 믿으면서 혼자 힘으로 큰 사람이 아니라, 서로 믿고 맡기고 의지하는 일에 달인이 되어 성장한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누굴 안 믿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합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설정해 놓은 한계를 넘어서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배신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믿어야 합니다. 믿지 않으면 머지않아 한계를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 멈춰버리게 됩니다. 믿음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는 사람의 날개입니다.

 

제가 요즘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바입니다. 믿고 맡기는 삶에 달인이 되어야 하는데, 엉뚱한 데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얕은 지식으로, 한 치 앞밖에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으로, 의심하면서, 더욱 큰 믿음으로 나아가지 못한 삶을 하나님 앞에 회개합니다. 그렇다고 의심의 시간이 불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짜 게임은 의심이 아닌 믿음으로 해야겠다, 마음먹을 뿐입니다. 의심은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푸는 단계에서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지난 주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도 그렇고, 오늘 본문도 그렇습니다. 본질은 의심이 아니라, 의심을 뿌리치고, 본질을 붙잡고 굳건히 나아가는 믿음입니다.

 

4.

 

마가는 두려움 없는 믿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 본문을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거라사 지방에서 귀신을 내어 쫓으시는 이야기의 중간에 위치시킵니다. 말하자면, 두려움을 이기는 믿음을 훈련하고, 더 강한 믿음의 용사로 제자들을 세우시기 위해 필요한 연단의 과정으로 이 풍랑 사건을 기입 하고 있습니다.

 

마가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동행하는 삶에 나선 이들에게도 풍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이 함께 계셔도, 심지어 같은 배에서 바로 곁에 계셔도 이런 풍랑이 예수님 일행에게 덮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바다 저편으로 건너가다 이런 풍랑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 예수님과 동행하면 고난이 없구나. 순탄한 삶의 연속이구나.’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면 고난을 이겨낼 영적인 근육을 단련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에, 심지어 예수님이 가자고 해서 나선 길에서 이런 풍랑을 만나 제자들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본질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했습니다. 예수님을 쫓아 하나님의 권능의 역사에 동참하던 제자들의 모습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풍랑을 꾸짖어 잠잠케 하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나서 말씀하셨습니다. “왜들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여러분, 예수님의 뜻을 아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열어 가시는 새날은 그냥 열리지 않습니다. 준비된 사람에게 열립니다. 모두에게 같은 은혜를 주셔도, 준비된 사람에게만, 새날을 여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 은총의 새날이 열립니다. 예수님은, 저녁이 되어 바다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당신의 사랑하는 제자들이, 이렇게 믿음으로 은총의 새날을 준비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예수님과 동행하다가 어떠한 시련이 와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말씀의 본질을 굳건히 붙잡고, 두려움 없이 복음의 한길로 나아가는, 믿음의 용사들로 세워지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러한 믿음의 연단이 있었기에,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배에서 내리시자마자 귀신들린 사람을 내어 쫓는 권능의 역사를 펼쳐내실 수 있었습니다.

 

풍랑 속 시험이 없었다면 제자들은 어땠을까요? 갈릴리 바다를 평온히 건너 내리자마자 거라사의 귀신 들린 사람을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그 속에 들어앉은 이천 마리 악령의 권세에 짓눌려,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그들은 풍랑이라는 고난을 거치면서 알았습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고, 예수님은 바람과 바다도 잔잔케 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5.

 

예수님을 믿는 사람의 길은 이렇듯 두려움을 이기는 담대한 믿음의 길입니다. 위대한 사도 바울은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말씀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함은 (중략) 예수의 생명이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말씀했습니다. 사방을 둘려 싼 고난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믿음의 한길을 가는 큰 믿음의 사람은, 고난을 통해 성장한 사람입니다. 믿음의 연단을 통하여, 믿음으로 풍랑에 맞서는 담대함을 통해 세워진 믿음의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금 저녁을 맞이한 분들이 계십니까? “누구야, 바다 저쪽으로 건거가자하시는 예수님의 부르심이, 오늘 여러분을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열리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과 의미의 시작을, 두려움 없는 믿음으로 열어나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한 주간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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