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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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숨결

 

본문: 시편 4:1-8; 요한복음 20:19-23

설교: 홍정호 목사 (2021.4.18. 부활절 제3)

 

[그 날, 곧 주간의 첫 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대 사람들이 무서워서,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와서, 그들 가운데로 들어가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말을 하셨다.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보고 기뻐하였다. 예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에,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고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죄가 용서될 것이요,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1.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빕니다. 부활절 세 번째 주일입니다. 부활은 사망 권세를 이기신 주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주님 계셨던 무덤의 돌문이 열리듯 절망과 어둠에 갇혀 있던 삶의 돌문이 열리는 체험,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이 절망의 어둠을 이기는 생명의 체험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부활의 체험입니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부활신앙은, 우리는 실패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실패하지 않으신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렇기에 부활신앙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세상의 꿈을 간직하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힘쓰며 살아갑니다. 선을 행하다 때로 낙심할 때도 있지만, 곧 다시 일어나 주님을 이정표 삼아 복음의 한길을 걸어갈 새 힘을 얻습니다. 이처럼 부활은 사망 권세를 이기신 주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요, 실패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삶입니다.

 

2.

 

오늘의 복음은 요한복음 2019절로 23절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 역시 주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삶,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심신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스승이자 친구이신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데 대한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느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예수님을 모른 체 하고, 그분의 곁을 떠났다는 죄책감과 자기혐오감, 어쩌면 두려움을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요한은 제자들이 유대 사람들이 무서워서,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20:19)고 말합니다. 죄 없으신 주님을 죄인으로 몰아세운 무도한 이들이, 자신들에게도 해를 입힐까 두려워 문을 닫아걸고 집 안에 움츠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문을 닫아걸고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제자들의 모습은, 돌문이 열린 예수님의 빈 무덤의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정말로 큰 절망과 슬픔이 머물러 있어야 할 곳은 예수님의 무덤입니다. 예수님의 처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절망과 슬픔이 머물러 있는 곳, 돌문으로 굳게 닫혀 절망의 어둠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는 그곳이 바로 예수님의 무덤입니다. 그런데 복음은 그 무덤을 가로막았던 돌문이 활짝 열렸고, 무덤은 비어있었다고 말합니다. 절망의 어둠이 머물러 있어야 할 그 자리를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과 기쁨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자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절망의 어둠 속에서 문을 닫아걸고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십시오. 마치 무덤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패와 죽음과 절망의 장소인 예수님 무덤의 돌문은 활짝 열려 있는 반면, 생명과 희망의 장소가 되어야 할 집은, 지금 무덤보다 더 무덤 같은 장소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 지금 어디가 무덤이고 어디가 집입니까? 어디가 희망의 장소이고 어디가 절망의 자리입니까? 요한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눈치 채시겠습니까?

 

3.

 

안락한 집에 있으나 마치 무덤 속에 있는 것과 같았던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친히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로 들어가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Ερήνη μν) 하고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평화를 뜻하는 낱말은 히브리어의 샬롬(שָׁלוֹם)과 헬라어의 에이레네(Ερήνη)가 있습니다. 구약의 평화란 기본적으로 물질적인 풍요와 번영, 그리고 건강을 뜻하기도 합니다(삼상 16:5; 삼하 18:28). 또한 사람 간에, 나라 간에 전쟁이 없는 상태를 뜻하기도 합니다(23:7; 왕상 5:26). 신약의 평화는 여기에 로마의 압제를 벗어난 해방의 의미가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서의 평화 개념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가 하나님께서 사람과 땅에 주시는 온전함의 선물(God's gift of wholeness)이라는 점입니다. 어느 것 하나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하나님의 온전함의 선물이 바로 평화입니다. 이 온전함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평화에 있어 중요합니다. 생명의 원리가 평화의 원리와 같습니다. 부족한 영양분은 채워야 하고, 넘치는 것은 줄이고 나눠야 합니다. 성서의 평화는 이렇게 하나님의 선물로 온전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수님은 지금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평화를, 그분의 온전하심을 선물로 전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지금 제자들은 무엇이 부족할까요? 재물과 건강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오늘 본문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무서움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고 하니, 지금 제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용기와 믿음, 그리고 주님의 위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에 이 본문에서 주님의 평화는, 지금 제자들에게 부족한 이 용기와 믿음을 그들에게 불어넣으심으로써 온전한 상태로 회복되게 하시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여기에서 주님의 평화는, 그들에게 새 힘을 불어넣으심으로 이루어지는 온전함의 회복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에 난 상처를 제자들에게 친히 보여주시면서 당신이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에 제자들은 주님을 보고 기뻐하였다고 요한은 전합니다. 그리고 나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면서, “성령을 받아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장면을 묵상하면서, 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러분도 한두 번쯤 경험이 있으실 텐데, 어렸을 적에 어디 부딪히거나 긁혀서 상처가 나서 울고 있으면,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중 한 분이 오셔서 “‘해줄게. 다 괜찮아.” 하시면서 입김을 하고 불어 넣어주셨던 경험이 있으시지요? 그러면 어떠셨습니까? 갑자기 안 아프셨습니까? 저는 계속 아프더라고요. 더 쓰라리고 아팠던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 ’했으니, 이제 괜찮아졌다. 하나도 안 아프지?’ 하시면서 토닥여주시고, 안아주시면서 위로해 주십니다. 그러면 이게 정말인가싶으면서도 아픈 듯 안 아픈 듯하다가 어느새 통증을 잊고 다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놀던 기억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 이런 경험을 두고, 다 큰 어른이 순진한 어린아이에게 사기를 친 것이라고 말씀하는 분이 계신다면, 저와는 관점이 다른 분입니다. 사기를 친 게 아니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것입니다. “걱정 마. 아빠가 있으니까, 엄마가 곁에 있으니까 걱정 마, 아무것도 아니야. 다 괜찮아.‘ 이런 말이 하는 부모님의 입김 안에 담겨 있는 비언어적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면서 성령을 받아라하고 말씀하셨을 때 주님의 마음이 부모님의 마음 같지 않았을까요? 무덤이 아닌 집 안에서, 마치 무덤 속에서 지내는 것에 다름 없는 절망과 어둠 속에 있는 사랑하시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시고, 그분은 친히 숨결을 불어넣어 그들에게 용기와 믿음을 불어주셨습니다. 주님이 곁에 계시니 아무 것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 사망의 권세를 이기신 분께서 지금 너희들 앞에 계시니, 너희들은 아무 것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없다, 요한은 이 본문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4.

 

끝으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새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신 이유를 살펴보고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주님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 말씀하시면서,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죄가 용서될 것이요,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셨습니다. 성령을 받는 것과 죄의 용서, 이 두 가지는 초대교회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세례에 담긴 두 가지 중요한 신학적 의미입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성령을 받고, 성령을 받음으로 죄의 권세로부터 구원을 얻습니다.

 

주님은 절망 속에 움츠러든 제자들에게 용기와 믿음을 불어넣으셔서,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푸는 사도로 세우셨습니다. 당신께서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아 오신 것처럼, 이제 주님의 제자들은 그분의 부르심을 안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라미라와 땅 끝까지 이르러”(1:8)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절망의 어둠 속에 놓인 이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하나님의 온전함의 선물인 평화를 전하는 생명과 평화의 일꾼으로 굳게 서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오시어 그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으시고, 성령을 부어주신 이유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과 기쁨 속에 살아가는 부활절 세 번째 주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이 가득한 빈 무덤입니까, 아니면, 겉으로는 안락해 보이나 절망과 어둠 속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제자들의 방안입니까? 우리를 찾아오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믿음으로 그분을 맞이하는 우리의 부활절기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부활은 신화가 아닙니다. 부활은 삶에서 경험되는 실재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심으로써,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이자 주님의 부름받은 일꾼으로 살게 하시는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이 한 주간도 교우 여러분과 가정 가운데 충만하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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